세계 영화.비디오 배급망 지각변동 예고

 세계 영화·비디오 배급망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5대 메이저사 가운데 하나인 미국 유니버설영화사가 UIP/CIC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니버설영화사의 방침이 확정되면 그동안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의 영화·비디오를 전세계에 공급해온 UIP/CIC는 작품수급 차질로 큰 곤경에 처할 전망이다.

 최근의 흐름을 살펴보면 유니버설과 UIP의 결별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론 메이어 유니버설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시그램사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폴리그램을 인수함에 따라 『후속조치 마련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UIP와의 결별을 강력히 시사했다. 론 메이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장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때가 되면 어쩔 수 없다」는 UIP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니버설은 그동안 영화의 경우 파라마운트와 MGM이 출자해 설립한 UIP를 통해 북미를 제외한 전세계에 영화를 공급해왔고 비디오는 CIC를 통해 작품을 판매해왔다. UIP/CIC의 배급망과 재정관리능력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해왔으며 UIP에 드림웍스가 가세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한마디로 UIP/CIC와 좋은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이 UIP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배경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폴리그램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시그램은 지난해 폴리그램 인수 이후 계열회사인 유니버설영화사와의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 폴리그램 영화부문의 매각을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프랑스의 카널플러스·MGM,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백만장자 압둘 아지즈 왕자 등이 인수자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4억달러에 이르는 매각규모에다 서로의 입장차이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부문매각을 통한 폴리그램 회생방안. 폴리그램이 소유한 영화 라이브러리를 매각하는 대신 폴리그램의 배급망은 존속시키는 안이었다. 이에 따라 시그램은 최근 경쟁영화사인 MGM에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영화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 10일 폴리그램 영화 배급망을 모태로 한 유니버설 인터내셔널을 설립, 출범시켰다.

 현재 영국·프랑스·벨기에·독일·스페인·호주·뉴질랜드 등 12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폴리그램 영화 배급망은 기존 협력사인 UIP/CIC 규모에는 뒤질지 모르지만 사업 추진력에 있어서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이들 현지기업은 UIP와는 달리 현지 로컬사업에 주력하는 등 사업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니버설의 UIP/CIC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품수급 계약기간이 2001년까지로 돼 있어 당장의 지각변동은 없을 것이나 대작이 아닌 중소작들은 유니버설 인터내셔널에 의해 독자적으로 배급될 개연성이 높아 가뜩이나 작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UIP/CIC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더욱이 비디오 배급회사인 CIC의 경우 유니버설의 이탈로 자칫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UIP/CIC는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 현지법인 또는 지사를 갖고 있으며 한국에는 지난 88년 영화시장 개방과 함께 진출했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