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쉬리

 「쉬리」는 시끄러운 영화다. 제작 초기부터 물량적 투입이나 감독·배우 모두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들이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고 할리우드를 겨냥한 한국형 액션 대작이라는 콘셉트도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았다. 그리고 일단은 그 시끄러운 소동에 너끈히 합격점을 받았다.

 「쉬리」가 돋보이는 점은 무엇보다 시나리오 때문이다. 할리우드류 액션 대작을 표방한다지만, 할리우드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그 한계를 넘어설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해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멜로.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차별화에는 성공했고 관객층을 넓히는 상업전략으로도 꽤 훌륭한 모범답안이다.

 북한 특수 8군단의 요원인 박무영(최민식 분)은 이방희를 훈련시켜 남한으로 침투시킨다. 이방희는 남한의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고, 그녀를 뒤쫓는 임무가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요원인 유중원(한석규 분)과 이장길(송강호 분)에게 맡겨진다. 한편 OP에 정보를 제공하려던 무기밀매상이 저격을 당하자 유중원과 이장길은 한동안 잠적했던 이방희가 다시 활동을 개시했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놀라운 저격 솜씨를 지닌 이방희는 언제나 그들보다 앞서 나타나 목표물을 저격하고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춘다.

 한편 박무영은 특수 8군단 요원들을 이끌고 무색 무취의 신소재 액체폭탄 CTX를 탈취하기 위해 남한으로 침투, 이방희와 접선을 시도한다. 박무영을 뒤쫓는 데 번번이 실패한 유중원과 이장길은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새고 있음을 깨닫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넘버3」의 흥행을 주도했던 한석규와 송강호, 최민식이 역시 이 영화에서도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민식의 카리스마는 단연 돋보인다.

 한반도의 맑은 물에만 산다는 토종 물고기 「쉬리」는 사실 영화 속에서 북한 테러단의 작전명으로 두 번 나올 뿐이지만, 이데올로기적인 주제를 표방한 감독의 의도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상징물이다. 영화적 복선은 외래 열대어인 「키싱 구라미」가 끌어간다.

 영화보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영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TV나 기타 다른 영상물과는 다른,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는 결국 감독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는 일단 영화적이라는 평가를 얻을 만하다. 스타일리시한 감각, 뛰어난 캐릭터 설정, 액션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쉬리」의 강제규 감독은 「더 록」의 마이클 베이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남북한 축구경기가 열리는 잠실 운동장이 사실은 중국과의 경기 장면이었다거나, 폭파장면의 미니어처가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너무 조악하다거나, 혹은 액션장면을 너무 몰아서 찍다보니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인다거나 하는 몇몇 장면의 허물도 결국은 한국영화가 뛰어넘어야 할 자본의 문제인 셈이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