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윤
◇83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83년 LG전자 입사
◇92~95년 LG전자 TV설계실 선임연구원
◇현재 LG전자 TV설계실 책임연구원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TV와 컴퓨터(모니터). 얼마 전만해도 TV와 컴퓨터 모니터의 둥근 화면에 대해서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둥근 화면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제는 누구나 둥근 화면으로 인한 이미지 왜곡과 외광 반사로 인한 눈의 피로를 인지하고 있다.
일부 발빠른 기업들은 TV와 모니터 화면을 평면으로 제작해 화면 왜곡이 없고 반사광이 거의 없는 깨끗한 화질을 구현하는 TV와 모니터를 시판하고 있다.
브라운관은 전자총에 의해 생성된 전자빔이 전기적인 자기장에 의해 편향되어 패널(Panel : 유리내면)에 도포된 형광물질을 발광시켜 화질을 구성한다. 이때 전자빔은 패널까지의 이동거리가 동일할 때 가장 좋은 화질을 구현한다.
또한 전자빔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브라운관 내부는 고진공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대기압을 받는다. 내부 진공상태는 외부 충격에 의해 폭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폭죽이라고 한다.
외부 압력에 가장 안정적인 구조는 구형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브라운관은 구조적으로 둥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둥근 TV나 모니터는 결정적인 두가지 커다란 단점이 있다.
사방이 비치는 거울로 제작된 요술의 집을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홀쭉해지거나 뚱뚱해지기도 하고 키가 줄거나 늘어나는 등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이 기묘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유리내면의 곡률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TV나 모니터의 둥근 화면 또한 사용자가 알게 모르게 동일한 왜곡현상을 일으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 둥근 화면이 조명에 노출되면 반사광이 발생되고 깨끗한 화면을 시청하지 못할 뿐 아니라 눈에 피로를 가중시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외면의 평면화가 해결책이다.
결국 기업들은 화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구조적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좀 더 평평한 TV나 모니터를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며 이런 노력이 지난 수십년 간의 브라운관 평면화 역사인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기술의 개발로 평면 브라운관의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브라운관의 내부는 전자빔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10-7 토르(Torr)의 고진공으로 되어 있다. 브라운관 내의 기압차에 의해 각 부위에 따라 압축 및 인장응력이 걸리게 된다.
구형일 경우 가장 안정된 응력분포를 가지기 때문에 가스저장시설의 경우 커다란 구형 저장시설을 가지고 있다. 가스저장시설의 내부는 고압, 외부는 대기압이다.
화면이 평면화됨에 따라 압축 및 인장응력의 불균형이 크게 증대되고 이것은 외부의 충격에 브라운관이 폭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최적 설계 시뮬레이션 기술로 응력을 분산하든지 강화유리의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방폭필름이나 반사광 방지 코팅이 된 방폭유리를 전면에 부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브라운관의 색선별 부품인 섀도 마스크는 전자빔과 충돌에 의해 열팽창이 일어난다. 이것은 전자빔이 형광막의 제 위치에 타격을 하지 못하게 되는 도밍(Doming : 섀도 마스크 부풀음) 현상을 초래한다. 평면화됨에 따라 주변부에서의 도밍 영향력이 증대된다. 이 때문에 열에 강한 마스크의 개발 또는 여전히 내면에 곡률을 가지도록 설계하거나 마스크까지도 완전 평면으로 설계한 플래트론 텐션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또한 곡면을 가진 마스크는 외부의 진동에 의해 마스크의 떨림(Howling) 현상이 적으나 평면화될수록 떨림 현상이 급격히 증대하게 된다. 이것은 평평한 종이 위에 동전을 올렸을 때는 처지지만 부채처럼 접은 후 그 위에 올렸을 경우는 처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떨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섀도 마스크에 이중곡률을 주는 기술, 「비드」라고 하는 주름을 주는 기술 등의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로 가능하게 됐다.
다른 한 방법으로 섀도 마스크를 텐션을 주어 강하게 잡아 당기고 댐퍼 와이어(진동 방지선)를 설치함으로써 이를 해결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화면이 평평해질수록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 다발은 주변부에서 찌그러지게 된다. 흔히 창의 둥근 구멍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방구석에서 타원의 형태로 비춰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브라운관에서 전자빔이 찌그러지게 되면 화면이 선명하지 않게 된다. 즉 초점이 잘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이내믹 포커스(Dynamic Focus)라는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브라운관의 제작과정에서는 스크린에 형광체 화소를 형성시켜주기 위해 빛에 의해 노광을 하게 된다. 이 제작공정에서 사용하는 빛의 경로와 브라운관 동작시 전자빔의 경로가 일치해야 하나 제작공정 오차에 의해 어긋나기 쉽고 평면화될수록 어긋나는 양의 영향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정밀 노광렌즈기술이 요구되거나 근접노광기술이 필요하다.
평면TV는 소니의 FD 트리니트론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어 마쓰시타·도시바·LG전자·삼성전자 등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니는 지난 96년 12월에 28인치 와이드 평면TV를 출시한 이래 97년 6월에는 32인치 와이드 평면TV를, 10월에는 29인치 평면TV를 내놓았다. 또 98년에는 25·36인치 와이드, 34·25인치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소니는 지금까지 총 7개 모델의 평면TV를 확보하고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14인치에도 평면을 채택할 계획으로 있다.
소니가 평면TV로 고급 TV시장을 주도해 나가자 도시바도 98년 1월부터 평면TV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시바는 지난해 1월에 28인치 와이드와 32인치 와이드를 한꺼번에 내놓았으며 연말에는 29인치와 36인치를 동시에 출시해 7개 모델의 소니보다는 열세이긴 하지만 4개 모델을 재빨리 라인업시켰다.
마쓰시타는 도시바보다도 늦은 지난해 5월에야 32인치 와이드 평면TV를 출시했고 6월에는 36인치 와이드를, 10월에는 29인치와 34인치를 각각 발표하는 등 4개 모델의 평면TV를 잇따라 내놓고 추격에 나섰다. 소니에 비해 제품 라인업에서 열세인 마쓰시타는 올해 안에 28인치 와이드에서부터 21인치 제품에 이르기까지 평면TV를 추가해 라인업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지난해 9월 17인치 평면TV를 출시한 데 이어 11월에는 29인치 제품을 내놓았으며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29인치 평면TV를 내놓는 등 TV의 평면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평면TV는 일본에서 이미 대형TV의 기본으로 정착되고 있고 유럽·한국·중국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모든 고급 기종에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평면TV가 와이드 제품 수요의 80%를, 4 대 3 TV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등 평면TV가 보편화되고 있다.
소니가 영국공장에서 평면TV의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올해에는 유럽시장에서도 평면TV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대형TV의 선호도가 높은 중국시장에서도 29인치를 중심으로 평면TV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고 한국시장도 일산제품의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될 경우 하반기부터 평면TV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북미시장에서는 여전히 시장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RCA와 필립스가 평면TV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등 무궁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평면화 추세가 불투명한 편이다.
물론 아직도 평면TV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의 내면곡률은 유지하고 있다. LG전자가 내외면 완전 평면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그간의 평면화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21세기에는 평면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브라운관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돔형의 영화관처럼 오목한 스크린으로 입체감과 현실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구조도 그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