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방송송출장비 제조업체들, 디지털 시장 진출 "딜레마"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 개시를 앞두고 삼양통신·삼화전자·진한통신 등 국내 중소 방송송출장비 제조업체들이 관련시장 진출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 업체는 디지털 지상파방송시대에 대비, 이미 2년 전부터 관련장비 개발에 나서 이르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중에는 제품 개발을 끝내고 출시할 예정으로 있으나 NEC·해리스 등 외국 장비공급사들이 먼저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까지 이에 가세함에 따라 시장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용 송출장비시장은 줄잡아 2천억원. 디지털 위성방송·디지털 오디오방송(DAB)·지상파방송용 중계기시장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간 장비개발 및 마케팅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간 이들 중소 송출장비 제조업체는 주로 FM라디오방송용 송출시장과 지상파방송용 중계기시장 등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관련기술을 개발, 공급해 왔으며 연 1백억원으로 추산되는 지상파방송용 송출장비시장은 일본 NEC나 미국 해리스 등 외국업체들이 독식, 시장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 중소 송출장비 제조업체는 개발비만 해도 한 업체의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 1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가며 디지털 지상파방송용 송출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민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들 업체가 부닥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NEC·해리스 등 이른바 외국 선발업체들이 제품을 먼저 출시해 현재 지상파방송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후발주자로 시장진입이 가능할 것인지의 여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간 축적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를 지상파방송사들이 어떻게 평가해 줄지 자못 궁금하다』고 털어놓았다.

 LG정보통신과 KBS가 공동으로 디지털 지상파방송 송출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중소 업체들에는 큰 짐이 되고 있다. 이들이 관련장비를 개발, 내년부터 상용화할 경우 사실상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 송출장비시장의 절반 이상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해 시장진입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관련장비의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반쪽의 시장을 놓고 외국 장비공급사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소 송출장비 제조업체는 국내 디지털 지상파방송 개시를 2∼3년 가량 연기해줄 것을 관계요로에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소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96년 1월부터 오는 2000년 12월 말까지 국책과제로 1백89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지상파 디지털TV방송시스템」 프로젝트가 완료된 뒤 관련기술을 이전받아 이를 상용화할 경우 지금보다는 훨씬 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