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의 2차적 사용, 즉 음반사들이 처음으로 고정한 음(음반)을 이용해 편집앨범과 같은 상품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의 행위와 관련한 저작권 사용료 질서잡기가 시작됐다.
그동안 음반사들은 가수 A의 정규앨범을 두 세 장 출반한 후 인기가 수그러들 무렵에 A의 인기곡들을 발췌해 편집앨범을 발매하거나 여러 가수의 인기곡들을 끌어모아 편집앨범을 구성하는 형태로 음원을 2차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음반사가 음원(마스터테이프)을 임의로 사용하는 문제, 적절한 편집앨범 저작권료(인세) 징수방법, 편집앨범 발매에 따른 저작권자(작곡가·작사가·가수·연주자 등) 수익의 올바른 분배방법 등이 복잡하게 얽혀 혼란스럽다.
음반사들은 특별한 보상 없이 음원을 2차적으로 사용해 저작권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고, 저작권자들은 최초의 음 고정작업 관련 계약시에 음원의 2차적 사용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끌어낸 곳은 작곡·작사가 등으로부터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이 단체는 최근 『음반제작사인 뮤직디자인이 편집앨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명곡 1, 2집」을 발매하면서 음원(마스터테이프)을 무단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통해 음반사들의 모호한 음원 사용권한과 이용행위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뮤직디자인의 편집앨범 「너에게…」은 지난 90년 이후의 발라드 가요 히트곡 26곡을 모아 만들어 상품성이 좋은 편인데 음원의 추가사용 허락 없이 상품을 개발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뮤직디자인측은 최초 음 고정 작업시에 해당 음원에 대한 이용권리가 자사(음반사)에 양도된 데다 『음원을 변형시키지 않은 채 그대로 편집해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음반 개발과 관련한 최초 계약시에 곡비·전속료 등의 형태로 음원사용 관련 권리관계가 이미 마무리됐다는 이같은 주장은 국내 음반제작사들의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현재 KOMCA는 음반 소비자가의 7%를 음원의 2차적 사용료로 사전에 일괄 징수하는 「인세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음반사들이 『판매량을 예측하기어려운 음반의 상품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사전징수체계가 도입될 경우 음반사가 일방적이고도 불합리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인세 사전징수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있어 이의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양측이 징수비율 등을 조정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일단락짓는다 하더라도 「실연자 권리」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최근 많은 음반사들이 음원의 2차적 사용과 관련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최초 음 고정시에 음원의 2차적 사용권한 양도와 보상에 관한 사항을 명기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작곡가·작사가 등과의 계약에나 해당되는 것일 뿐 가수나 연주자 등 실연자들과의 계약에까지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OMCA의 이번 「질서잡기」 시도는 실타래처럼 얽힌 음원의 2차적 사용권 관련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제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간에 이로 인해 최소한 음반사들의 일방통행식 계약관행이 크게 개선될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