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시장 급냉.. 규모 대폭 축소될 전망

 국내 에어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에어컨 예약판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최근까지도 LG전자·삼성전자·만도기계 등 국내 에어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주문을 받아놓은 물량은 총 4만대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추산이다.

 이는 이들 3사가 지난해 예약판매를 통해 거둔 판매실적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같은 예약판매 실적은 올들어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에어컨 구매심리가 지난해보다도 훨씬 큰 폭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국내 에어컨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약간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년 12월부터 2월 말까지 3개월에 걸친 예약판매를 통해 연간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해왔기 때문에 전례대로라면 올해 에어컨 시장은 잘해야 10여만대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에어컨 시장이 이처럼 급격하게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예약판매가 부진한 만큼 성수기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요를 보이더라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25만대 가량 줄어든 50만대 정도의 규모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LG전자·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들과 만도기계를 비롯한 에어컨 전문업체들도 올해 에어컨 예약판매가 최악의 실적을 보이자 내수용 에어컨 생산계획 자체를 크게 줄여잡고 있다.

 이 가운데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 올해는 국내시장보다는 수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까지 확보한 수출물량은 2백만대를 넘어선 데 반해 내수용 예약판매는 2만대 정도에 그침에 따라 올해는 내수용 에어컨을 지난해보다 20% 가량 축소된 25만대 정도만 생산키로 했다.

 LG전자는 특히 최근 내수용 제품 생산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내달 중순께까지 한 달 정도만 1, 2개 생산라인을 활용해 생산, 예약물량을 맞추고 추후 성수기에 판매량이 늘어나면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가동해 대처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3만∼14만대 정도에 달했던 예약판매 물량이 올해는 1만5천∼2만대 정도로 크게 줄어듦에 따라 5월 이후 성수기에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내수용 에어컨 생산계획을 대폭 줄여잡았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에어컨 구매심리가 너무 얼어붙어 있어 국내 시장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당초 목표한 80만대의 80% 선인 65만대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만도기계도 올해 예약판매에서 1천대를 약간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는 데 그침에 따라 예약판매가 거의 마무리되는 최근까지도 에어컨 생산라인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도기계는 지난해 판매하지 못한 재고물량이 많아 올해는 이를 모두 처분하고 난 연후에 신제품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