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정부가 나섰다」란 기획기사를 시작으로 전자신문사가 1년여간 게재해온 Y2k 연중기획시리즈가 이번 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전자신문은 외국과 금융권에서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던 Y2k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지난 97년부터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본사는 98년 들어서면서부터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켜야만 우리나라가 21세기 정보화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 지난해 2월 연중시리즈를 기획했으며 이를 위한 전담취재팀을 구성해 본격 가동했다. Y2k 기획취재팀은 지난 1년 동안 총 43회의 기획기사를 게재하면서 각 산업별·분야별로 나타날 수 있는 Y2k문제의 심각성, 정부 및 민간부문의 대응현황, 선진국들의 동향 등을 집중 보도해 우리나라에서 Y2k문제를 여론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지난해에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기자협회로부터 기획보도부문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Y2k 기획취재팀 기자들이 1년여간 산업현장에서 취재한 경험과 뒷이야기 등을 방담형식으로 엮었다.
<편집자>
△이창호 차장=본사가 Y2k문제를 집중 보도하기 위한 준비를 한 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IMF의 여파로 무척 힘든 시기였으며 특히 기업체들의 경우 시중 자금경색으로 회사 존폐문제에 신경쓰느라 Y2k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21세기로 진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해 연중기획시리즈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김경묵 차장=그렇습니다. 97년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일대 혼란에 빠진 국내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 대부분의 투자를 전면 동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Y2k문제는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통과의례이기 때문에 전자신문에서 이를 여론화해야 한다고 보고 전담취재팀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창호 차장=지난해 본사에서 연중기획시리즈를 진행할 당시 국내외의 Y2k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습니까.
△오세관 기자=다른 대형사건들은 우발적으로 터져나오지만 Y2k문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Y2k문제의 심각성을 오래 전부터 알았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실제 대비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이 문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금융위기로 Y2k에 대한 대응을 할 여력도 없었습니다.
△김경묵 차장=당시 우리나라는 금융권 일부를 제외하면 Y2k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Y2k문제를 한국IBM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IBM이 국내에 전산장비를 처음으로 팔았으며 경기침체로 매출감소가 예상되니까 IBM측이 새로운 영업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Y2k문제를 부각시키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습니다.
또 시기적으로 볼 때 IMF 여파로 기업들의 투자여력 감소까지 겹쳐 Y2k 해결수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창호 차장=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은 Y2k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습니까.
△김영민 기자=1년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Y2k에 대한 인식은 천양지차로 변했습니다.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Y2k문제는 전 산업종에 관계된 전문가들만이 알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까지 확산됐으며 특히 타 언론매체들도 Y2k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집중보도해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윤휘종 기자=Y2k문제의 심각성은 올해초부터 집중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1월 1일부터 스웨덴 등 세계 각국에서 Y2k문제의 아류인 99버그가 발생해 한바탕 해프닝을 겪자 Y2k문제가 가져올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된 것입니다.
△김경묵 차장=특히 올해부터는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들도 Y2k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 이제 Y2k는 범국민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Y2k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비례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문제입니다.
민간부문 가운데 특히 제조기기와 관련한 비전산(Non IT)분야는 여전히 Y2k 해결의 사각지대입니다.
△윤휘종 기자=최근 산업자원부가 섬유·화학·선박 등 비전산분야의 Y2k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전산분야의 기업체들 가운데 Y2k문제를 모르거나 Y2k문제를 알아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체들이 상당수라고 합니다.
△이창호 차장=우리나라가 Y2k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제적인 신인도 회복에도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외국 일부에서는 한국의 Y2k 인지도가 낮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요.
△김영민 기자=최근 월드뱅크가 우리나라의 Y2k 추진실태를 낮게 평가했다가 부랴부랴 재평가한 것이 비근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구성해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이 계속될 예정인데 우리나라 참석자들이 이를 적극 홍보해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창호 차장=연중기획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경묵 차장=정부측 관계자들의 경우 전자신문에서 연중시리즈로 Y2k문제를 집중 부각시키자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물론 Y2k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는 좋지만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과장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초 99버그가 발생하자 정부 관계자들도 Y2k문제에 대해 쉽게 넘길 성질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영민 기자=일반 기업체들은 전자신문의 연중시리즈 가운데 Y2k문제를 해결한 성공사례가 너무 부족하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Y2k 해결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에 해결사례를 발굴해 취재하기가 힘들었던 면도 있습니다.
△윤휘종 기자=비전산분야 등 Y2k의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사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동안 비전산분야가 문제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했지만 비전산분야의 구체적 실태, 대안, 외국동향 등에 대한 취재는 사실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창호 차장=연중기획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얻은 성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경묵 차장=Y2k문제를 전산담당자가 아니라 기업경영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기사들이 게재되면서 경영층의 인식을 바꾸었다는 성과가 있습니다.
또 정부차원의 대책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과 Y2k 추진체제가 빈약하다는 기사도 제대로 짚었다고 봅니다.
감사원이 정부의 Y2k 대책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나, 정부가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Y2k전담추진실을 구성한 것 등은 이같은 성과물이라고 봅니다.
△오세관 기자=Y2k 연중기획시리즈를 통해 기획취재팀이 기자협회로부터 기자상을 수상한 것도 성과라고 봅니다.
기자상을 수상해 기자들도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꼈지만 무엇보다 언론계에 Y2k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창호 차장=앞으로는 Y2k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까요.
△김경묵 차장=Y2k 인증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Y2k문제의 심각성을 서서히 알았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지 못한 이유는 이를 공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영층의 입장에서는 자금압박을 받는 와중에 Y2k 해결에 투자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지만, 막상 투자를 하더라도 Y2k문제가 제대로 해결됐는지를 인증받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Y2k문제를 공인해주는 인증센터가 생겨 이같은 현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휘종 기자=Y2k솔루션 공급업체들은 Y2k인증센터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Y2k문제를 인증해주는 ITAA의 경우 엄격한 인증기준을 세우고 1백대 주요 기업들만 대상으로 Y2k 해결을 인증한 결과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신뢰도가 올라갔지만 우리나라의 인증센터는 출범후에도 명확한 인증기준을 세우지 못했을 뿐더러 Y2k전문가 교육과정을 개설하면서 중소 솔루션업체들이나 실직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Y2k인증센터가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공익성을 좀더 부각시켜야 한다는 게 솔루션 공급업계의 중론입니다.
△김영민 기자=당초 Y2k문제가 부각될 때에는 이와 관련한 솔루션이나 저장장치 등에 대한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움직임은 별로 없어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하나둘씩 사업을 정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막판 저가경쟁을 벌여 관련시장의 질서가 어지럽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창호 차장=Y2k 연중시리즈는 이제 막을 내리지만 여전히 Y2k문제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제는 각 분야의 Y2k문제를 보다 현장에 밀착한 기사를 발굴해 이 문제가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 관심을 갖고 취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 = 윤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