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관련단체들이 바라본 반도체 장비시장 기상도

 반도체 경기의 불황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외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폐막된 「세미콘코리아 99」 전시회 기간중 세계반도체장비 및 재료협회(SEMI)·데이터퀘스트·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등 각종 단체들이 발표한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기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및 세계 반도체 설비시장은 올해를 최저점으로 본격 회복되기 시작해 오는 2000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이 올해 한국 반도체 장비시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전년대비 30∼1백% 수준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며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반도체협회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상황을 겪었던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시장이 올해부터 소자업체의 투자 재개와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약 13억달러에 그쳤던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소자업계의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고속 메모리 제품의 본격적인 양산이 예상되는 올해는 전년도의 2배 가까운 26억달러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지난해 18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국내 반도체 재료시장은 올해 20억달러 수준을 다시 회복하고 재료 국산화율도 60% 수준에 달할 것으로 협회 측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국내 및 세계 반도체업계의 전반적인 투자 방향이 설비쪽보다 연구·개발 위주로 전환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이 과거처럼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국의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25.3%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부터 그 감소폭이 3.6%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 오는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2백9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의 3백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하며 이 중 웨이퍼 장비부문이 1백5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의 감소 추세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세로 전환, 오는 2000년 3백70억달러에 이어 다음해인 2001년에는 전년대비 무려 59%나 상승한 5백9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데이터퀘스트 측은 내다봤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지역 중 구조조정을 끝낸 한국시장의 경우 설비 투자 움직임이 되살아나면서 지난해 21억달러 수준까지 축소됐던 한국 반도체 설비시장 규모는 올해 다시 25∼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EMI 또한 데이터퀘스트 측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장비 및 재료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관은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이 총 2백30억달러 규모를 형성, 지난해의 2백20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하며 재료시장도 2백2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러한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의 회복세가 오는 2002년까지 계속 이어져 2000년 2백80억달러에 이어 다음해인 2001년에는 3백50억달러에 달하는 등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동통신 및 정보가전 분야를 중심으로 고집적 반도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한 구리칩, 화학·기계적연마(CMP), 3백㎜ 웨이퍼 등과 같은 차세대 반도체 장비 기술도 올해부터 본격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SEMI 측은 설명했다.

 한편 데이터퀘스트는 3백㎜ 웨이퍼 장비의 도입과 관련, 올해 전체 전공정 장비시장의 5% 가량을 3백㎜ 웨이퍼 장비가 차지할 전망이며 이 비중은 계속 늘어나 오는 2003년경에는 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자사 설비 투자 전망 수치와 SEMI의 장비시장 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데이터퀘스트의 설비 투자 전망이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토지 및 건물 비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