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의 도입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국민들의 생활과 문화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는 세금혁명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중 1백80만명이 일정한 소득을 올리면서도 한푼의 소득세도 내지 않고 있고 2백10만명의 사업자가 부가세를 면제받고 있어요. 이처럼 불공정한 조세제도를 탄소세로 대체하면 그동안 세금과 관련해서 빚어져온 온갖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성기수 박사(65)는 요즘 기회 있을 때마다 탄소세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다. 탄소세란 이산화탄소(CO₂) 발생량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 휘발유·디젤·도시가스 등 에너지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소득세·이자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따로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97년도 에너지 수입액이 2백75억달러였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필요한 세금 80조원의 세금을 부과하면 됩니다. 대신 다른 모든 세금 항목을 없애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대중교통과 자전거 등을 이용할 것이고 차도 작은 것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공기도 맑아지고 세금과 관련된 부정부패도 없어지겠지요. 탄소세를 전면 도입하면 에너지 수입액이 1백억달러 정도는 줄어들 전망입니다. 별도의 세금이 없으니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몰려들 것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를 정보통신·관광·영상·금융 등 굴뚝 없는 녹색산업 위주로 개편하고 우리나라를 보다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성 박사는 이같은 주장을 각종 강연이나 기고 등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설파하고 있다. 또 누구든지 관련된 자료나 내용을 요청하면 바로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준다. 탄소세의 도입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탄소세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탄소세를 장기적 조세개혁의 비전으로 설정하고 차근차근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자동차관련 세금 10가지를 철폐하고 주행세로 바꾸는 일을 규제완화 차원에서 실시하고 이를 주택·토지 등의 분야로 넓혀나가는 것이지요.』
성 박사가 탄소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80년대초 정부의 세제발전심의위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위원회에 이공계 출신은 저 하나뿐이었어요. 세금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더 탄소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앞으로 디지털 경제가 진전되면 현재의 조세제도 아래서 세금을 걷는 일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탄소세관련 소신에는 농촌 출신으로서 생명과 환경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성 박사의 관심도 크게 작용을 했다. 성 박사는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음식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다. 아파트 시절에는 큰 통에 효소를 넣어 처리했고 지금은 마당에 거름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탄소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성 박사만큼 절실하지 않은 실정이다.
『대부분은 이색적이라거나 일리가 있다는 정도예요. 특히 정부나 국회의 지도자들은 앞에서만 고개를 끄덕일 뿐 전혀 고려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국세청을 없애자」는 그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이어서일지도 모른다.
성 박사가 지금 희망을 거는 것은 가상공간에서 주로 활동하는 젊은 네티즌들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듯이 많은 국민들이 탄소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과 PC통신 등을 통해 납세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토론이 활성화하고 이를 위한 운동이 조직화되면 작고 깨끗한 정부를 표방하는 가상공간의 정당 「녹색세금당」도 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세를 주장하는 성 박사의 작은 외침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임에는 틀림없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