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악기연주-한국쓰리콤 서정선 이사

 한국쓰리콤의 서정선 이사(42)는 언제나 자신을 위해서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자다. 그에겐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다양한 취미가 있다.

 『시간파괴형이 아니라 시간창조형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게 평소 지론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무책임하게 놔둬선 안되죠. 열심히 일하는 만큼 삶의 질을 고양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시간의 여백을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호암아트홀에서 뮤지컬 「코러스라인」을 보면서 지난 설연휴를 맞았다. 그리고 최진실·김혜자 주연의 영화 「마요네즈」로 여성의 심리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오랜 친구와 함께 장혜진의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고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취미가 된 테너 색서폰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10년 후엔 재즈바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아들이 데려온 며느리감 후보 앞에서 테너 색서폰을 부는 장면을 상상해보곤 하죠.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 녀석에게 그때쯤 되면 근사한 애인이 생길 거 아닙니까.』

 호기심이 많은 탓에 서 이사는 독서를 해도 한가지 주제에 천착(穿鑿)하기 보다 남독(濫讀)을 좋아하고 사진·여행·골프·등산·피리연주와 기타연주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즐기는 타입이다.

 크고 작은 도전에 마음을 여는 그의 성격은 이력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서 이사는 서울대 항공공학과와 미국 피츠버그대학 MBA를 거쳐 82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물류가 전산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세상을 바꿀 컴퓨터의 도도한 흐름을 체감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고 88년 한국휴렛팩커드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90년대로 접어들자 또 한번 생소한 분야인 통신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통신이 화두다 싶었기 때문.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를 거쳐 한국쓰리콤에 합류하면서 이젠 데이터통신 전문가가 됐다. 메커니컬 엔지니어에서 컴퓨터 영업, 마케팅과 기획관리로 변신을 거듭하며 숨가쁜 변혁의 현장에서 뛰어왔으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없다.

 가족을 태우고 정선에서 영월까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운전할 때, 피아노 치는 큰아들과 바이올린 켜는 작은아들의 이중주를 들을 때, 인대가 늘어나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봄이 오기 전에 스키장 한번 더 가려고 PDA로 스케줄을 체크할 때, 그는 꽉찬 행복감을 느낀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뭔가 기분 좋은 음모(?)를 꾸민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밭을 가꾸는 농부가 아니겠습니까. 겨울에 보리농사라도 한 번 더 지어야죠. 다양한 취미생활은 삶을 이모작, 삼모작할 수 있도록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비료라고 생각합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