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의 전성시대는 열릴 수 있을 것인가.
신년벽두부터 IT업계 거인 IBM이 합류하면서 리눅스 캠프가 축제분위기에 싸여있는 가운데 올해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을 위한 표준 OS로서 리눅스의 가능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는 3월 1일부터 4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리눅스 월드 콘퍼런스&엑스포」는 윈도NT 추격전에 나선 99년 리눅스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미디어 재벌 IDG가 개최하는 이 행사는 리눅스관련 최신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화려한 쇼케이스다. 리눅스 포토숍으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GNU(Gnu’s Not Unix)용 그래픽프로그램 「GIMP」를 비롯, 「애플릭스웨어(Applixware)」 「스타오피스(Staroffice)」 같은 응용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 리눅스기반의 무선통신 및 가상사설통신망 솔루션, 그리고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X윈도 환경의 인터페이스 「놈(GNOME:GNU Network Object Model Environment)」 프로젝트가 리눅스 콘퍼런스의 주요 의제들로 거론되고 있다. 올상반기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레드햇6.0」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예정.
99 리눅스 엑스포는 리눅스 진영이 IT업계를 향해 단합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날 참석자 명단엔 리눅스의 아버지 리누스 토발즈(Linus Tovalds)를 비롯, 레드햇소프트웨어의 보브 영 사장 같은 거물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관람객들에게 리눅스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IT업계의 빅 플레이어들과 올해의 전략을 협의하게 된다.
따라서 리눅스의 열풍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번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서버분야에서는 윈도NT를 바싹 추격하는 다크호스로 리눅스가 대두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IDC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리눅스 탑재 서버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2백21%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시장점유율은 6.8%에서 약 17.2%로 뛰었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놀라운 성장은 일차적으로 리눅스가 저렴한 가격과 안정성, 성능의 3박자를 고루 갖춘 OS라는 데서 기인한다. 웹서버부터 메일서버·파일서버·프린터서버·파이어월서버·중소데이터베이스서버에 이르기까지 윈도NT에 비해 저렴한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은 리눅스가 지닌 최고의 무기다. 다중처리와 가상메모리, 라이브러리 공유, 효율적인 메모리 적재 및 관리시스템, 강력한 TCP/IP 네트워킹 등도 리눅스의 장점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문서에서도 IE4·NT4에 비해 넷스케이프·리눅스 쪽이 30∼40% 빠르다고 지적됐을 정도다.
윈도NT에 대한 대안으로 리눅스가 부각된 계기는 지난해초 넷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소스를 공개한 데서부터. 이를 신호탄으로 대형 IT업체들이 속속 리눅스 진영으로 몰려들었다. 코렐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오라클과 인포믹스·사이베이스 같은 메이저 DB업체, 그리고 HP·델·컴팩·선마이크로시스템스·실리콘그래픽스·IBM 등 서버업체가 뒤를 이었다.
인텔까지도 올해 중반 발표할 예정인 64비트 칩 머세드에 윈도NT와 함께 리눅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윈텔의 견고한 성채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냈다.
한편 이같은 부산한 움직임에는 「MS 왕따만들기」 전략이 숨어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눅스는 자바와 NC, 그리고 넷스케이프에 이어 반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같은 편임을 확인하는 일종의 코드명이 되고 있다는 것.
이 시점에서 IT업계는 리눅스의 출발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눅스는 리누스 토발즈나 리처드 스톨먼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OS에 회의를 느낀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운동이 리눅스를 만들어냈다.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변형시키고 기능을 개선해 배포할 수 있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가 리눅스의 세계를 지배해온 버팀목이었다.
리눅스의 꿈이 좌절되지 않기 위해서는 MS 독주견제라는 정치적인 계산이 리눅스의 순수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게 기술평론가들의 충고다. 프리소프트웨어의 철학이 무너진다면 그때는 리눅스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