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IMF이전 거래 관행 살아나

 IMF 금융위기로 용산전자상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어음·외상 거래가 최근 다시 시작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PC 업계의 연속 부도사태와 IMF 체제 이후 용산전자상가에서 어음과 외상거래가 거의 사라졌으나 최근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이뤄지는 어음 거래규모는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 들어 대부분 업체들이 적어도 한달에 두세 건 정도 이를 주고 받는 상황이며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업체간 외상거래도 IMF 이후 오히려 더욱 늘어나 대부분 업체들이 적어도 하루에 서너 건 정도의 외상거래를 하고 있으며 그 기간은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2∼3개월로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현금이 아니면 물건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지난 연말부터는 업체간 사정을 감안해 어음을 주고 받는 경우가 꽤 된다』며 『아직까지는 대부분 업체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하지만 아예 어음이 통용되지 않던 지난해에 비하면 신용경색 현상이 최근 들어서는 많이 사라진 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자상가에서 어음거래 등 IMF 이전 거래 관행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PC 업계의 부실기업이 최근 2∼3년 사이에 대부분 도산해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업체들은 나름대로 자금력을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형성된데다 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의 신용경색 현상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상·어음 거래는 제품을 매입하고 물량을 회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용거래를 바탕으로 해 어음 발행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업체에서 요청하는 경우 외상이나 어음거래를 거절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건실한 유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외상 및 어음거래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렬기자 jyha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