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각) 발표된 인텔 펜티엄Ⅲ CPU와 관련해 이 칩을 지원하는 PC와 주변기기 업계에서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달부터 국내 주요 PC·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은 펜티엄Ⅲ 프로세서와 관련한 지원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으나 이 칩이 기존 펜티엄Ⅱ PC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성능 개선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펜티엄Ⅲ 프로세서를 장착한 PC의 보안장치에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오면서 이같은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 26일 펜티엄Ⅲ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이 제품의 처리속도가 최대 5백㎒까지 가능하고 70여개의 멀티미디어 명령어를 추가해 기존 펜티엄Ⅱ 프로세서에 비해 처리속도는 물론 그래픽, 음성인식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이같은 기능향상으로 특히 게임과 인터넷 사용자들이 3차원 그래픽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C업계에서는 『인텔이 완전한 CPU 성능구현에 필수적인 전용 칩세트와 메모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세서만 서둘러 발표했기 때문에 국내 PC 제조업체들이 발표한 PC 사양이 대부분 기존 펜티엄Ⅱ PC와 큰 차이점이 없고 심지어 똑같은 사양의 제품마저 출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IBM 등 국내 주요PC 제조업체들은 이번에 발표된 2개의 펜티엄Ⅲ CPU 가운데 펜티엄 4백50㎒ CPU를 채택한 제품만을 개발, 출시했다. 이들 PC 제조업체는 올 하반기 전용 칩세트 출시를 전후해 5백㎒ CPU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PC 제조업체 한 마케팅 관계자는 『펜티엄Ⅲ 5백㎒ CPU를 장착한 PC의 경우 가격이 4백만원대를 호가해 웬만한 워크스테이션급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가격대비 성능개선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에 마케팅력을 집중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가격대비 성능개선의 실효성과 아울러 최근 외신에서 펜티엄Ⅲ CPU를 탑재한 PC의 보안장치에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펜티엄Ⅲ의 실효성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독일의 컴퓨터 전문잡지 cT지 최근호는 『자체 실험결과 외부에서 펜티엄Ⅲ 프로세서가 장착된 PC에 접속해 정보유출 방지용 보안장치를 중단 또는 가동할 수 있음이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인텔사 역시 이에 대해 『이같은 문제점을 확인, 현재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시인했다.
이와 함께 현재 펜티엄Ⅲ에 최적화된 국산 소프트웨어가 전무한 것도 펜티엄Ⅲ의 실효성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한글화된 전용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려면 최소 석달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초기 펜티엄Ⅲ 사용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PC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 펜티엄Ⅲ PC가 출시됐으나 이같은 논란으로 당분간 수요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용 칩세트가 완비되고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제거되는 3·4분기 이후에나 시장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펜티엄Ⅲ 프로세서가 보급되더라도 컴퓨터 주변기기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모뎀과 사운드카드·랜카드 등의 카드류 주변기기를 포함해 HDD·FDD·CD롬 드라이브 등 저장매체류, 그리고 스캐너·프린터·마우스·조이스틱 등 입출력장비류 주변기기를 펜티엄Ⅲ PC상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펜티엄Ⅲ 프로세서가 「슬롯1」 방식인 데슈츠코어를 기반으로 설계돼 인터페이스 부분에 큰 변화가 없는 탓이다. 따라서 현재 인텔 440BX 기반 주기판을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사용자들은 펜티엄Ⅲ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할 때 주변기기를 장착하기만 하면 기존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주기판과 그래픽카드 부분에서는 일부 변화소지가 점쳐진다. 지금까지 공급된 주기판의 바이오스에 펜티엄Ⅲ 프로세서에 대한 정보가 없어 펜티엄Ⅲ의 특화된 기능을 1백% 활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출시된 주기판중에서 펜티엄Ⅲ 프로세서를 설치했을 때 펜티엄Ⅲ라고 표기해주는 주기판은 2∼3개 브랜드에 지나지 않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스 부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주기판은 CPU ID에 따라 클록속도가 다르고 파워매니지먼트의 함수값도 달라지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제품 디자인에 따라 바이오스만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아니면 주기판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달라진다.
특히 앞으로 펜티엄Ⅲ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1백∼1백33㎒ 기반 「i820」 칩세트가 발표돼야 펜티엄Ⅲ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칩세트에 기반한 주기판 출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