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20> 네트워크 교육 문제 많다

 최근 학교정보화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고 활용도가 낮아 교육정보화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초·중·고등학교의 정보화교육은 컴퓨터를 좋아하는 몇몇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이조차도 PC교육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뿐, 네트워크분야에는 접근이 안되고 있다. 네트워크분야가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함으로써 일반교사들이 다가서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네트워크 교육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렵다. 용어 자체가 생소한 네트워크에 대해선 정부·학교·교사 모두가 관심 밖이다. 교육현장 어디에서도 네트워크 전문가는 없다. 다만 교실망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업체들만이 장사속 위주로 네트워크에 대해 왈가왈부할 뿐이다.

 네트워크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상 교실망 구축을 위해 학교관계자를 만나도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못하고 있어 설명하기조차 힘들다』며 『현재와 같은 정보화교육이라면 업체들이 앞장서 네트워크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네트워크의 규모로 볼 때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는 담당자만 있으면 굳이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이 필요없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네트워크에 대해 모르고 있다 보니 값비싼 NMS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은 무지가 예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네트워크 교육의 실상은 활용면에서도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예산으로 마련된 공공집기인 만큼 고장을 우려해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가 태반이다. 설치 후 부품교체 등 비용에 대한 정부지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의 정보화교육 기기는 아예 전시용으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교육용 PC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고 멀티미디어교실은 자물쇠로 굳게 채우고 있다. 결국 유지비용은 학교예산을 쪼개야 하거나 교사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비용소요 부분을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보화 실천의지와 일선학교에서의 교육정보화 실천은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정보화의 활용문제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은 구축비용이 만만치 않은 ATM을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설치했다. 한 네트워크 전문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백33개 대학중 92%인 1백22개 대학이 ATM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미디어 교육환경을 위한 대학들의 투자노력이 한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PC보급도 최근 1∼3년새 학생 10명중 3대꼴로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각 대학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대학이 하니까 따라하지 않으면 마치 스스로 하위권 대학을 자인하는 것 같은 중압감이 대학들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학정보화 랭킹평가는 각 대학들에 무리한 정보화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물론 대학정보화 랭킹평가는 시스템 활용, PC보급, 인터넷ID의 보급 확대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또 랭킹평가는 대학의 정보화에 지대한 공로를 끼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정보화 하위권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대학들은 외형적인 정보화에 치중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정보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수단으로 현실성 있는 시스템의 도입과 운영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외형투자에 연연하는 것은 거품만 키우는 셈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정보화를 판가름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학정보화 랭킹평가(IYC)에서 지난 96년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한국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가 97년에는 각각 2위와 7위로 밀려난 것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두 대학은 「사이버시대」 부문에서는 여전히 1, 2위를 고수했으나 정보화 투자비율에서 점수가 뒤진 것이다.

 이에 대해 포항공대 전산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패스트이더넷을 백본으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며 『ATM도 고려했으나 실효성면에서 기가비트 이더넷이 적당하다고 판단해 이를 추진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항공대의 학내정보화부문 활용도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정보화의 최우선은 마인드 제고와 실질적인 활용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활용도 면에서 기가비트 이더넷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비용을 들여 ATM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가비트 이더넷에서 쉽게 ATM으로 업링크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방안을 무시하고 무조건 ATM을 고집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대학정보화의 효율성 문제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