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업계, "램버스" 대안 마련 활발

 램버스 D램 출시를 계기로 D램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인텔의 전략에 맞서 D램 산업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움직임도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램버스 D램과 맞설 무기로 중장기적으로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싱크링크 D램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PC133, VCM(Virtual Channel Memory) 등을 램버스 D램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램버스 D램과 관련,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국내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램버스 D램 채용시기가 3달 가까이 지연돼 적지 않게 타격을 받은 데다 인텔의 의도대로 따라가다 향후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대전자는 최근 세계 반도체 생산 2위 업체인 일본의 NEC사가 제안한 고성능 메모리인 VCM의 개발, 생산 및 판매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D램과 관련해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해온 국내업체가 해외경쟁업체와 제휴를 맺은 것은 상당히 드문 일로 현대전자는 이 제품을 하반기까지 개발해 램버스 D램과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VCM은 현재의 싱크로너스 D램 생산시설과 제품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시스템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는 제품으로 시스템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20∼30% 향상되며 소비전력 또한 30%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메모리업체로는 NEC, 지멘스에 이어 현대전자가 세번째로 VCM 개발에 나서게 되며 AMD 등 호환칩업체들도 이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칩세트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비아(VIA)사가 제안한 PC133표준 제정모임에 회원으로 가입, PC133용 D램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모임은 칩세트업체로는 비아사가, 메모리업체로는 삼성전자·NEC·마이크론 등이 참여하고 있다. PC133용 D램은 데이터처리속도를 현재의 1백㎒에서 1백33㎒로 올려 처리 속도를 33% 높인 제품으로 기존 D램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PC133 규격을 지원하는 64M, 1백28M 및 2백56MD램 및 이를 채택한 D램모듈 제품을 이달부터 본격 양산,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또 현대전자나 LG반도체도 PC133용 D램 생산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PC133용 D램은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미국의 RCC사가 칩세트를 제작중이며 데스크톱용으로 비아사가 이를 제작중이어서 일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인텔이 메모리업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램버스 D램을 주 메모리로 선택, 메모리업체들의 대응 미비로 램버스 D램 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는 점과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AMD가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에서 인텔에 앞섰다는 점을 주목하고 향후 메모리시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