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PC시장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AMD·사이릭스 등 인텔 호환칩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 인텔칩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등 자기색깔을 점차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AMD는 올해 중반 인텔 플랫폼과 완전히 독자적인 PC 아키텍처를 채용한 K7을 발표할 예정이며 사이릭스는 주변 IC를 모두 CPU에 내장한 통합 CPU인 「미디어 PC2」를 선보일 계획이다. PC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일관되게 유지됐던 PC산업이 이를 계기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호환칩업체들이 독자적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AMD가 인텔의 펜티엄Ⅱ 프로세서에 맞서 K6-2를 발표하면서부터다. AMD는 인텔 CPU에 적용되지 않은 독자적인 멀티미디어 가속기능인 3DNow!를 개발, 이 프로세서에 처음으로 채용했다. 이 기술은 MMX기술과 같이 새로운 멀티미디어 가속명령을 CPU에서 지원, 멀티미디어나 3D그래픽 등의 처리속도를 높이게 된다.
AMD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술을 공개하거나 라이선스를 해왔던 인텔이 펜티엄Ⅱ 프로세서부터 정책을 바꿔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요구됐다』며 『또 자체 기술력 습득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독자적인 CPU 개발에 나서게 된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이에 맞서 인터넷 및 3D기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캣마이 명령어를 최근 새롭게 펜티엄3에 추가했는데 3DNow!와 캣마이 명령어와는 호환성이 전혀 없다.
AMD는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독자 명령어 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올 중반에는 PC 아키텍처상에서 인텔 플랫폼과 전혀 새로운 2백㎒ 「EV6」버스를 채용한 K7을 발표할 예정이다. AMD 측은 이 제품이 명실상부한 독자적인 CPU가 될 것으로 공언하고 있으며 K7 출시를 계기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시장도 두드린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올 하반기 펜티엄Ⅲ 프로세서에 1백33㎒ 버스를 채택할 계획이다.
사이릭스도 자사의 강점인 통합 CPU제품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인텔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을 CPU에 내장한 「미디어GX」를 선보이고 있는데 새로 개발되는 통합 CPU에는 이 기능 외에도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재생, 슈퍼 I/O를 포함해 IEEE1394, USB 등 통신기능, 네크워크 인터페이스, 전력관리, 부연산프로세서 등이 포함된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CPU업체들의 차별화가 더욱 진행되면 PC업체도 이에 맞춰 각자 새로운 마더보드나 PC를 만들어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