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소형가전" (하)

 대만은 총 20여만개의 중소 제조업체로 이뤄진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각종 부품에서부터 전기·전자 제품에 이르기까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각기 특성화된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물론 대만의 중소기업들이 이같이 활성화된 것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업체들 간의 공조체제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며 부품의 공용화, 생산시스템의 전산화 등 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의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각종 세제 혜택에서부터 진흥기금 및 융자제도를 마련해 자금지원을 적극 펼치고 있으며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각종 지원방안들에 대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체계 없이 너무 난립돼 있으며 장기적인 효과보다는 임기응변적으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며 『중소가전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혁신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산품목의 전환 및 가전 전문업체 육성 필요

 현재 중소가전업체들은 가전3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공급 중단, 해외시장 개척 난항 등으로 안팎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품목을 그동안 가전3사의 요구에 맞춰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해왔던 소형가전제품에서 과감히 탈피, 전문적인 아이템의 개발과 함께 수출전략상품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생산 품목은 줄이고 집중할 제품을 정해 단위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주방가전 업체, 냉·난방기기 업체, 건강기기 업체, 가스기기 업체, 환경용품 업체 등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가전 3사도 멀티미디어나 정보통신기기 쪽으로 생산품목 및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지원 아래 중소기업들의 전문성을 보호해 준다면 보다 빨리 가전산업 구조의 변화는 이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해외 시장정보 수집 등 공동 마케팅 강화

 우리 기업들은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해외 정보에 무척 어둡다. 해외 바이어 및 유통업체 정보도 한정돼 있어 해외시장에 나아가서도 우리 업체들끼리 출혈경쟁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해외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일도 더디다. 후발업체들을 따돌리려는 외국 선두업체들의 발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유행이 흘러간 제품들을 갖고 나가서는 제값을 받기는커녕, 수출계약 따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업체들은 정보공유나 업체들간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중소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해외전시회에 나가 본 경험이나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협동조합, KOTRA 등 많은 유관단체가 있음에도 새롭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중소업체들은 처음부터 시작함으로써 앞서간 업체들이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어야 하는 비경제성이 반복되고 있다.

 생산품목 및 업종별 조합이나 중소기업청의 지원 아래 해외 정보의 체계적인 정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동 마케팅 방안 마련 등이 절실하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의 현실화

 현재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각 부처 및 산하기관별로 세분화돼 있다. 물론 분야 및 내용에 따라 지원방안이 각기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지원책이 부진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최근 이같은 지적에 정부가 각종 기금을 종합해 일원화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현재 중소가전업체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각종 지원금은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 및 산업기술기반자금의 일부와 중소기업청의 사안별 지원금 등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의 규모가 적고 개별화돼 있어 산업구조 개혁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보다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가전산업의 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개편하기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