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계의 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넵튠」이라는 암호명으로 개발해온 21세기형 운용체계(OS) 「윈도2001」이 네티즌들 사이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더욱이 윈도2001은 파워유저를 유혹할 만한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했다기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OS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윈도2000의 차기버전 윈도2001이 베일을 벗게 된 것은 MS의 내부문건이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ZD넷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 ZD넷의 저명한 온라인 칼럼니스트 존 C 드보락은 지난 2월 22일과 이달 1일 두차례에 걸쳐 윈도2001의 인터페이스를 인터넷에 전격 공개했다.
윈도2001은 우선 웹브라우저와 OS를 완벽하게 통합시킨 인터페이스가 특징. 「사람들(People)」 「정보검색(Search)」 「마법사(Wizard)」 「알림(Notify)」 같은 인터넷 버튼들이 인터페이스의 위쪽에 쭉 배열되어 있다. 이중 「사람들」은 AOL의 직접채팅프로그램 「ICQ」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크게 「Favorites」 「Activities」 「History」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인터페이스 중앙부는 언뜻 대중잡지의 목차를 연상시킨다. 맨 왼쪽의 「Favorites」는 즐겨찾는 웹페이지나 프로그램을 곧바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MS의 애플리케이션들이 배치된 「Activities」에는 이례적으로 어도브 포토숍이 포함됐다. 또 「History」는 인기있는 스포츠사이트 ESPN을 비롯, 각종 뉴스사이트들로 채워져 있다. 오른쪽 아래편에 델컴퓨터 로고가 찍혀 있는데 이는 윈도 라이선스를 명기하는 대신 주요 PC메이커들이 윈도2001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작페이지와 링크되는 엔터테인먼트센터에 가면 PC 사용자들에게 쉬운 OS로 다가가려는 MS의 전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넷TV(Net TV)」 「넷라디오(Net Radio)」 「게이밍존(Gaming Zone)」 「e북스 라이브러리(eBooks Library)」 「MPEG3 플레이어」 등 위쪽에 포진된 5개의 버튼들은 앞으로 MS가 어떤 기술에 집중할 것인지 암시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쪽에 「무엇을 할지 아직 모른다구요. 여기서부터 시작하세요(Not Sure What To Do, Start Here)」 라고 쓰여진 부분도 눈길을 끈다. 마치 광고 카피처럼 보이는 이 글귀는 「TV보기」 「온라인 게임하기」 등 다양한 제안으로 이어지는데, 윈도2001을 PC사용자들을 위한 퍼스널 포털(Personal Portal)로 만들고자 하는 MS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윈도2001은 인터넷이 일상생활이 되고 칩의 클록주파수가 2G㎐를 넘어설 앞으로 3년후를 겨냥, 마치 주문을 외우기만 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처럼 쉽고 재미있는 OS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92년 초보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로 등장했다가 실패로 끝났던 윈도셸 「보브(Bob)」의 철학이 다시 부활됐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윈도2001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파워유저들은 대체로 MS의 아이디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너무 많은 리소스를 강요한다는 게 이들의 불만. 쉬운 OS보다는 더 강력한 OS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초보자나 컴퓨터 문외한들은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튼 윈도2001은 PC가 정보가전의 중심센터 역할을 하게 될 21세기를 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전략과 야심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업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