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학술대회는 대부분 전공이 비슷한 학자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 정도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회의 방식의 「가상 세미나」가 활성화하면 이러한 인식은 상당부분 수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정보과학회 HCI연구회(회장 김지인 교수·건국대)가 최근 휘닉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던 「HCI 99 학술대회」를 온라인(www.realseminar.com)으로 끌어내 오는 8일부터 다시 개최하는 것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HCI연구회는 가상현실, 게임, 디지털 방송,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웹디자인, 산업디자인,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또 토론도 벌이는 순수 학술단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는 최근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도 즐겨 듣는 리얼오디오는 물론 리얼 스크린 등 첨단 시청각 자료가 총동원돼 학술대회의 현장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곳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내용도 지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것을 모두 온라인 매체에 적합하도록 재구성했기 때문에 다양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학기부터 방송통신대·경북대·경성대·경희대·광운대·대구대·이화여대·전남대·한양대 등 9개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가상캠퍼스의 운영현황 및 문제점,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방송대 정혜선 교수의 논문은 일반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방송대는 지난 1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파일처리(전산학)·방송학 개론(방송정보학과) 등 9개 과목에 대한 강의를 실시한 결과 학기초에 영상 강의를 통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수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감소하는 등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은 또 그 이유로 방송대가 디지털 라이브러리, 코스웨어, PC통신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료와 전국에 설치돼 있는 지역 학습관의 전산 실습실을 통한 실습 및 지역 만남이 가능해 효과적인 가상대학을 운영해 나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캠퍼스 강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도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우선 가상캠퍼스의 경우 과목당 교수 한 명이 수업 조교 한 명의 지원을 받아 60명(방송대 30명, 다른 대학생 30명)을 가르치는 것은 여러가지로 무리며, 특히 가상대학의 학생들은 즉각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교육을 기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시 바삐 학급당 학생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그 근거로 미국 대학이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가 12명인 것에 비해 지금까지 온라인 캠퍼스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미 피닉스 온라인 캠퍼스의 교수 1인당 학생 숫자가 9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기선기자 kss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