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문화"로서 디자인을 이야기하자

정우형 다담디자인 사장

 사회 전반적으로 「IMF」 「벤처」라는 단어 못지 않게 「문화」라는 단어가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화산업을 21세기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기에 디자인도 포함되어 있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산업은 문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20세기 서방국가들은 세계진출이라는 명목 아래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세계 곳곳에 그들의 문화를 깊이 심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의 수립과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문화산업을 문화의 경제적인 도구화라는 일시적이고 단순한 논리가 아닌 전통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지향적이면서도 독자적인 미래의 우리 문화를 구상할 수 있는 긴 안목이 요구된다.

 문화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일상생활은 환경에 의해 변화되며, 현대사회의 환경은 대부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디지털 기술에 의한 21세기의 환경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개혁될 것이다.

 디자인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더욱 풍요롭고 인간다운 생활을 제공하고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켜 가기 위해 생활환경 전체를 계획하고 만들어 가는 도구다. 디자인과 현대문화와의 깊은 연계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의 디자인 경향은 이러이러하고 상품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등 디자인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열변을 토하지만 결국은 상품의 모양만을 예쁘게 만들어 단기간에 매출을 올려보자는 내용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러나 필립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연과 문화를 생각하는 상품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개념으로서 만들어지는 상품들은 모두 시장경쟁에서 성공을 보장받고 있다.

 우리의 상품디자인 경쟁력이 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디자인에 대한 편견과 의지력의 부족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참여 폭을 제한하고 권한보다는 책임만을 묻는 풍토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상황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일반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의 대부분은 제도정비, 재원확보에 의한 기반조성과 수출에 의한 매출확대라는 내용으로 일관된다. 단지를 조성하고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기업과 단체들은 문화와 관련된 많은 전문인들이 날개를 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인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질 높은 내용을 일반인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수립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문화는 강제적으로 형성될 수 없다. 문화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