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아 과학기술계에서도 예외없이 효율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연구분위기도 여러 모로 어려운 모습이다.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 경이롭게 비쳐졌던 우리 경제가 뜻밖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기술을 과다하게 외국에 의존하는 등 과학기술력의 뒷받침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과학기술이다. 모든 국가가 과학기술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학기술의 경쟁력 확보 유무는 곧 그 국가의 국운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에는 도약이란 없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한 우물을 파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며 세계를 무대로 한 비교우위 확보를 위한 개별적 노력과 동시에 국가적·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전문분야의 노력 못지 않게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다. 과학기술 대중화를 통한 과학기술 문화의 정착이 그것이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참여하며 열성적 후원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단순한 실용적 가치로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정착되도록 함께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대중화 작업이 잘 이뤄진 사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각 주와 도시에는 어김없이 과학박물관이 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벤저민프랭클린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 워싱턴·필라델피아·뉴욕을 비롯해 전국에 걸쳐 널리 과학박물관이 보급돼 있다.
이처럼 많은 박물관들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과학실험 과정을 직접 보고 느끼며 과학 마인드를 갖도록 산 교육과 실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과학박물관 건립에는 지역 기업들의 기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운영도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전에 국립중앙과학관, 서울에 국립과학관 등 정부가 설립·운영하는 과학관은 있으나 다른 지역에는 과학 대중화를 위한 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10여년 만에 찾아온 사자자리 유성우(流星雨) 행사 때 일이다. 대전 갑천변에는 천여명이 모였고 수도권에도 많은 인파가 가족단위로 모였다고 한다.
시간대가 새벽 2시이고 추운 겨울바람이라는 악조건도 큰 문제가 안됐다고 한다.
대전 과학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천체관측 교실에는 지난해에 3천여명이 다녀 갔으며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모 TV 방송사에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궁금한 사항들을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설명해 주고 있는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의 과학마인드 형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를 조직화하고 구체화할 노력이 필요한 때다.
4월은 「과학의 달」이며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그동안 단속적으로 논의돼왔던 일반관광 방문코스에 대전연구단지 연구소 개방을 연계하는 방안이 한 예로 적극 검토되길 희망해 본다.
이와 더불어 대중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알기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비전공인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언론계 역할이 절실하다.
이렇듯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서는 정부·기업·과학기술계 그리고 언론계를 비롯한 각계의 참여와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이 과학기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넓고 다양하게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자만의 것이 아닌 모든 국민의 문화로 승화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통한 새로운 국가발전을 이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최덕린 한국과학기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