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차 정부 조직개편> 산업.과기분야 개편시안 분석

 이번 정부 조직개편 시안 가운데 산업 및 과학기술 정책 분야는 기능 체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의 산업기술 및 지식, 정보화 관련업무가 △정통부·과기부·산자부로 분산돼 있고 △총괄 조정기능이 미흡해 효율적 정책추진이 곤란하며 △한정된 자원의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동시에 △국가 기술정책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체제와 조정 기능도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 인식을 토대로 기획예산위가 제시한 시안은 첫째, 현행 3개 부서를 그대로 존치한 채 부서별로 일부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는 것과 둘째, 산자부와 과기부를 통합하는 안, 마지막 세번째는 산자부·과기부·정통부를 한꺼번에 산업기술부로 개편하는 것이다.

 우선 첫번째 안은 현 체제의 골격을 유지한 채 기능적 개편을 단행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처 로비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두번째 시안은 과기부가 해체되는 것이다. 이 경우 과기부의 기술 및 원자력 관련 부문은 산자부로, 교육부문은 교육부로 각각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정부개편 검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시나리오지만 과연 현실 응용기술에 치중하는 산자부와 기초과학 육성에 중점을 두는 과기부의 성격을 균형있게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세번째는 아예 산업기술지원 총괄부서인 산업기술부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통부의 정보화기획 분야를 지식정보위원회로 개편하고 인허가 등 규제업무를 2001년 설립될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한다는 것은 주요 국정 지표인 정보사회를 총체적으로 이끌어나갈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점과 개편작업이 길어진다는 난관이 있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가도 문제다.

 전반적으로 이번 산업 및 과기분야의 시안은 산자부는 기능 보강, 정통부는 현상 유지 내지는 발전적 위상 강화, 과기부는 급속한 위상 하락으로 볼 수 있다. 시안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각 부처에서 보인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정통부·산자부와는 달리 과기부는 기능 이관 혹은 부서 해체에 대한 불가 논리를 조목조목 담은 보도자료를 돌렸다.

 8일 공청화에서 본격 거론되기는 하겠지만 이번 정부 조직개편 내용은 상당한 비판이 예상된다.

 거의 5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완성한 작품치고는 알맹이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산자부와 관련된 대안만 하더라도 이미 신정부 출범 전 1차 조직개편 때 검토된 것과 다른 점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인사·예산·국정홍보 등 현정부의 관심사항에 대한 개편안을 정립하기 위해 여타 분야는 들러리로 끼워맞춘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기관인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연)이 최근 『문패만 바꾼 정부조직 개편을 중지하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라』며 『재경부와 산자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행개연이 『산자부의 전자·전기·반도체 부문을 정통부로 넘기라』는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안은 시민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 시안은 8일 공청회를 거쳐 내용을 다듬게 되겠지만 국민회의에서도 독자 개편안을 마련 제출할 계획이어서 마지막 국회 통과까지는 공무원 사회가 일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