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계열의 세음미디어와 비디오 메이저사인 컬럼비아트라이스타가 최근 7년간의 비디오사업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전격적으로 갈라선 배경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양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자제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세음은 대우에서 분사되자마자 보따리를 싼 컬럼비아트라이스타에 대해 「상도의」를 운운하며 강한 불쾌감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협력사업을 펼쳐온 세음미디어(대표 박상헌)와 컬럼비아트라이스타(대표 권혁조)의 관계는 외부에서 평가하는 만큼 그리 돈독한 관계는 아니었다. 해마다 최소 판매보장량과 선수금 보장문제 등으로 티격태격해 왔으며 작품당 판매목표를 둘러싼 내부 분란도 끊이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97년 재계약 때는 계약기간을 넘겨 무려 두달간 작품을 출시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번에 양측이 격돌하게 된 것은 재고 처리문제에 대한 서로의 해법 때문이다. 세음은 약 20억원에 달하는 컬럼비아 작품 재고가 컬럼비아측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탕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고 컬럼비아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이의 수용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묵은 감정까지 폭발해 더이상 함께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다. 업계는 컬럼비아의 세음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대우의 반복되는 계약위반으로 양측의 사이가 한층 벌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세음의 재고처분 문제 등 계약위반 사항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데다 연초 개편된 세음의 경영진이 권 사장과 「악연」이라고 불릴 정도의 진용으로 짜여지자 권 사장이 결국 떠나기로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컬럼비아측은 재고처분 문제에 대한 세음측의 태도에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대우가 재고처분 문제 등 일련의 난제들을 컬럼비아측에 잇따라 강력히 제기하고 나선 데는 뭔가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세음과 우일의 통합이란 과제를 안고있는 대우가 일종의 「협력사 가지치기」의 대상으로 20세기폭스보다는 상대적으로 껄끄러운 컬럼비아트라이스타를 택해 승부수를 띄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컬럼비아측에 최악의 조건을 제시해 받아들이면 좋고 결렬되면 분사되자마자 보따리를 쌌다고 책임을 컬럼비아측에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세음이 울고 싶은데 컬럼비아가 뺨을 때려 준 게 아니냐」 「컬럼비아가 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떠밀려 나갔을 것」이란 소문이 나돈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가 제발로 나간 것인지, 떠밀려 나간 것인지는 올해 세음의 행보를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쨌든 컬럼비아로선 당분간은 「분사하자마자 매정하게 상대를 내버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