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육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단선진화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7년 교육부가 교수 및 학습방법의 개선을 위해 각급 학교에 모니터·프로젝션TV 등을 공급하면서 출발한 교단선진화사업은 지난해 8월 정부의 특별교부금 지원이 중단된 이후 사업추진에 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이달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의해 교단선진화사업이 대표적인 정부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목돼 논란을 빚고 있는 것.
경실련의 시민예산감시위원회(위원장 윤영진)는 최근 「98 예산낭비 백서」를 통해 교육부의 교단선진화사업을 국방부의 무기구매건과 함께 지난해 정부가 집행한 대표적인 예산낭비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 백서를 통해 『교육부는 각급 학교의 TV와 VTR의 학급당 보급률이 각각 89%와 39%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학급당 300만원을 지원해 지난해 총 677억원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의 이같은 발표 이후 교육부가 반박자료를 내면서 촉발된 교단선진화사업의 예산낭비 논란은 각 시도교육청, 일선학교, 장비공급업체, 교육관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예산부족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비 구매실적 저하와 낮은 장비활용도, 업체간 출혈경쟁 등 그동안 교단선진화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들과 얽히고 설키면서 고름을 터트리고 있다.
교육부는 경실련의 예산낭비 주장에 대해 『지난해 4월 교육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시에 677억원 상당의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지적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실사를 벌이는 감사원이 교단선진화사업에 대한 예산이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집행되도록 권고하는 의미이지, 금액(677억원) 전체가 낭비되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TV와 VTR의 학급당 보급률이 각각 89%와 39%에 달했는 데도 학급당 일률적으로 3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경실련 주장에 대해서도 『학급당 지원금인 300만원은 시도교육청에 대한 예산지원을 산출하기 위한 기준금액이며 반드시 학급당 300만원씩 기기를 구입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교단선진화장비는 기존 보유 기자재를 고려해 경제적인 방법으로 결정하도록 지시했으며 특정 기종을 강제적 또는 획일적으로 보급하거나 중복구매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난해 책정됐던 546억원의 교단선진화 국고예산이 예산부족의 이유로 집행되지 않았고 올해에도 국고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예산만으로 사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이미 보급된 TV·VTR를 영상확대장치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PC와 TV·VCR를 연결해주는 인코더와 디코더 장비가 필수적인데 국고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교육부도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교단선진화사업에 대한 개선방향이나 사업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육부의 명확한 방침이 없어 이미 보급된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함은 물론, 최근 교단선진화 장비구매 과정에서 물의를 빚는 등 감사원의 지적은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한 상태다. 따라서 이미 보급된 장비라도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인코더·디코더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해 최소한 이에 대한 예산만이라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업계나 일선학교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교단선진화사업은 물론 교육정보화사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단선진화사업이 지난해 8월 이후 정부의 예산지원이 중단되고 당초 99년 완료목표로 추진되던 사업이 2002년으로 연장되는 등 사업차질을 빚고 있는 마당에 갑작스럽게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그는 또 『교단선진화사업을 비롯한 교육정보화사업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만 교육정보화사업 자체의 효율성과 문제점에 대한 논란보다는 바람직한 사업방향 제시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명지대학교의 임영숙 교수는 지난해말에 발표한 교실용 영상표지장치의 적정모델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교실용 영상장치 활용시 현재 학급당 인원을 감안해 일반 교실의 경우 27인치 TV 2대, 43인치 TV를 설치하고 인원수가 더 많은 학급의 경우 프로젝션TV와 스크린의 설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혀 사실상 현재 각급 학교에 보급되는 장비수준 및 정부예산이 미흡했다는 점을 간접 시사했다.
오래전부터 교단선진화 장비를 개발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을 순회하면서 장비시연회와 사업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 교육정보화사업을 적극 추진해온 교단선진화 장비업체들도 최근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되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정부의 교육정보화 예산삭감과 교단선진화사업에 대한 특별교부금 중단 이후 장비공급 실적이 저조한 데다 제품 공급가격마저 턱없이 낮게 책정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이같은 논란 이후 각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장비구매건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보화 관계자들은 이번 교단선진화 예산낭비 논란으로 가뜩이나 낮은 정보화 의지와 예산부족 등으로 당초 계획에 크게 미달돼 추진되고 있는 교육정보화사업이 자칫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교육정보화사업이 효율성있게 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