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팝 음반으로 안정적인 판매량을 꾀하려면 「크로스오버」(장르 월경 및 융합)를 선택하라. 이는 90년대 한국 음반시장을 통해 형성된 업계 정설이다.
현재 한국에서 발매된 팝 음반 중 단일 음반으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음반은 지난 92년 국내 개봉된 영화 「보디가드」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당시 약 150만장이 판매됐다. 그러나 IMF 등의 영향으로 현재 국내 팝 음반은 150만장은 고사하고 10만장을 넘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에 아티스트 독집 앨범으로 판매량 10만장을 넘긴 음반은 폴리그램이 발매한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Flowers」 17만여장, 소니뮤직이 발매한 머라이어 캐리의 「#1’s Best」와 셀린 디옹의 「Let’s Talk About Love」가 각각 23만여장과 40만여장 등으로 3개 뿐이었다.
이에 따라 팝 음반기획제작사들은 여러 히트곡들을 끌어모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편집 앨범 발매에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즉 불황을 타지 않는 팝 음악 장르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피아노나 섹소폰을 사용한 세미클래식이나 팝과 클래식을 혼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담은 음반 중에서는 다수의 스테디셀러들이 있다.
우선 BMG의 섹소폰 연주자인 케니 G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에서 14개 앨범을 선보여 총 400만여장을 판매,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는 약 68만장이 팔린 「Breathless」를 비롯해 앨범당 평균 30만여장씩을 판매했다. 조지 윈스턴의 퓨전재즈풍 피아노 연주음반인 「December」도 BMG·성음·삼포니 등 3개 음반사를 통해 3장의 음반이 발매돼 총 170만여장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니의 경우도 공연실황앨범인 「Live At Acropolis」가 43만여장이 판매된 것을 비롯해 14개 앨범을 국내에서 출시해 밀리언셀러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도 EMI가 발매한 사라 브라이트만의 「Eden」이 5만여장, 신나라뮤직이 발매한 캐럴 키드의 「When I Dream」이 5만여장, 소니뮤직이 발매한 앙드레 가뇽의 「Le Pianiste」와 유진 박의 「Peace」가 각각 3만여장과 2만5000여장, C&L이 발매한 유키 구라모토의 「Reminisce」가 3만여장 등 크로스오버류의 음반들이 각종 국내 팝 인기차트에서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BMG의 팝 음반기획자 이종성 대리는 『크로스오버는 팝과 클래식의 단점들을 상호 보완하기 때문에 감상하기에 편한 음악이라는 장점이 있는데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부합하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