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아남반도체 정상화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아끼는 것은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반세기 전 일본에서는 「마누라는 빌려줄 수 있어도 자전거는 빌려주지 못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그만큼 자전거를 소중하게 여겼다.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자전거가 유용한 교통수단인 시절이었다. 당시 자전거는 무척 비싸 그것의 유무가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다.

 일본보다 보급이 좀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보급 초기 사정은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오늘날 반도체와 전자사업으로 잘 알려진 아남그룹도 모태는 자전거사업이었다. 일본에서 자전거 부품을 수입, 조립 생산하면서 성공을 거둬 반도체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올해로 창립 31돌이 되는 아남은 계열사가 10여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기업인 아남반도체는 반도체 조립분야에서는 세계 최대규모의 업체로 시장점유율이 25%에 이르며 지난 97년 매출이 1조4000억여원에 달했다. 반도체 조립생산은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아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아남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계열사 상호지급보증으로 부채가 많은 탓이다. 견디다 못해 아남은 이미 일부 공장매각과 인력감축, 외국자본 유치 등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도 신청, 채권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이나 채권단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너에게 출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아남반도체의 미국 판매법인인 ATI와 김주진 회장이 1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출자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조립 생산기술을 지녔고 생산된 제품 모두를 수출하는 아남반도체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