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게임-美EA, "타이베리안 선" 국내 출시 놓고 판권 싸움

 올해 전세계 PC게임시장 최대 화제작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꼽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커맨드&컨커(C&C2)-타이베리안 선」 출시를 놓고 거의 10년 가까이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던 동서게임채널과 미국의 EA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동서게임채널은 「타이베리안 선」의 한국내 판권을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EA가 최근 한국 현지법인인 EA코리아를 통해 이 작품의 출시를 추진하는 등 「일방적인 계약파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맞서 국내 법원에 이 제품이 EA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출시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시발점은 지난해 9월 버진인터액티브사가 「타이베리안 선」을 개발한 자회사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사를 EA에 매각하면서부터.

 동서측에 따르면 버진과 EA는 웨스트우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동서와 버진이 지난 97년 맺었던 「타이베리안 선」 등 총 9종의 게임에 대한 수입계약 관계가 유효하다는 내용의 공동명의 서한을 동서에 보내면서, 당시 웨스트우드가 개발중이던 「타이베리안 선」 등 5종의 게임에 대한 로열티를 30일 이내에 송금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동서는 지난해 10월 중순 EA에 미니멈 개런티에 따른 로열티의 50%를 보냈으며 5종의 게임 중 하나인 「듄2000」은 지난해 11월 국내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동서가 EA로부터 넘겨받아야 할 웨스트우드 게임이 4종이나 남은 상황에서 EA는 돌연 올초에 서한을 보내 당초 동서와 버진이 계약을 맺은 시점을 근거로 98년 말로 양사간 계약이 무효화됐음을 통보했고 EA코리아는 곧바로 「타이베리안 선」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는 것.

 오상현 동서게임채널 사장은 『제작사가 출시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마스터CD를 넘겨받을 때까지는 별도의 문서가 없어도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게임 계약관행』이라고 전제하며, 『EA가 로열티까지 받은 상태에서 출시일정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서류상의 계약날짜를 따지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선언한 것은 상식 밖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EA코리아측은 『EA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관장하는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동서와 버진이 맺은 계약이 효력을 상실했음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하고, 『전세계 동시발매 일정에 발맞춰 EA코리아가 국내시장에 「타이베리안 선」을 출시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측은 그러나 가처분신청의 절차로 인해 EA코리아의 「타이베리안 선」 국내출시를 막지 못할 경우 이 제품을 임의로 제작·출시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타이베리안 선」이 동서를 통해 출시될 경우와 소매점 직판정책을 구사하는 EA코리아를 통해 출시될 경우, 중간딜러를 포함한 유통업자들의 이해관계도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타이베리안 선」은 이래 저래 PC게임업계 차원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