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가는 거품인가, 아니면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인가.
미국 나스닥 지수를 인터넷 관련업체가 주도하자 최근 증시 관계자들은 물론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인터넷 주가가 과연 실물경제를 반영한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인터넷 주가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심한 주가 등락 때문에 수시로 변하기는 하지만 현재 야후의 주가는 170달러,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주가는 130달러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주가가 50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같은 주가는 제너럴모터스·모토롤러 등 세계 유수의 대형 기업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 95년 상장된 야후의 주식 시가총액은 약 350억달러이고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더 타임스」 「스타TV」 등 세계적 신문과 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루퍼스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시가총액도 25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주가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미국의 인터넷 주가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자 국내 증시도 이 태풍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한솔CSN·골드뱅크·한솔텔레컴·다우기술 등 소위 인터넷 관련주들이 투자자들 사이에 각광을 받으며 코스닥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몇몇 주들은 연초에 비해 100% 이상 폭등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파크·다음커뮤니케이션·야후코리아 등 인터넷 관련업체들이 잇따라 상장계획을 밝혀 증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인터넷 붐」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인터넷 주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산업의 미래 성장성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시대를 열어가는 선도기업으로서 미래의 시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인터넷 관련주에 점수를 주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미 성장할대로 성장해 있는 대형 기업과 달리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은 앞으로 커나갈 기회가 많고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네트워크와 전자상거래 시대를 예견해 본다면 인터넷 관련기업들의 성공은 이미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람이 많다.
야후의 염진섭 사장은 『대부분의 인터넷 주가가 거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야후·아마존 등 선두의 위치를 확고히 점한 회사의 경우 21세기를 이끌어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거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도 『아마존·이베이·온세일 등 앞으로도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큰 독보적인 업체들은 오히려 주가가 저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는 인터넷 주가에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분별한 주가상승에 대해 경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기업 중 실제로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다 인터넷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존 업체들이 뛰어들어 시장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이 거품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매출액은 38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어났지만 순 영업손실액 역시 2배나 늘어났다. 4·4분기 매출이 2억5000만달러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같은 추세가 바뀌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 주식 가치에 대한 논란은 이 시장의 승부가 확실히 가려질 때까지 조만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얼마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내는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 시장과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갖춘 국내 기업일수록 「주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