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화려한 변신"

 비디오게임기가 정보상자로 변신한다. 홈엔터테인먼트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가정용 비디오게임기가 이제 단순히 오락을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첨단 정보가전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세가사의 게임기인 「드림캐스트」가 네트워크환경을 지원한 데 이어 소니사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2」도 온라인게임은 물론 DVD 영화감상,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추가할 것으로 알려져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2로 열리게 될 128비트 게임기시대는 홈엔터테인먼트 머신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1000달러 미만 초저가형 홈PC시장에도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핫이슈로 떠오른 차세대 게임기,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발매된 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드림캐스트. 이 제품은 세가사가 게임기 왕국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2만9000엔(약 29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성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N64보다 오히려 한수 위. 우선 드림캐스트는 히타치의 SH4 RISC칩 CPU와 윈도CE를 OS로 채택한 업계 최초의 128비트 게임기다. 그래픽엔진은 NEC의 파워VR, 오디오칩은 야마하의 64채널 리얼타임 3D칩. 게임내용을 저장해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명함크기의 비디오 메모리카드, 게이머가 자신의 얼굴을 촬영해 주인공의 얼굴과 바꿔넣을 수 있는 캐릭터 합성기능, 상대방 몰래 기습공격을 할 수 있도록 내장된 LCD 스크린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드림캐스트의 숨겨진 매력은 고속모뎀을 이용해 서버에 접속함으로써 전세계 게이머들과 온라인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것. 아직 네트워크기능을 지원하는 타이틀이 없어 아쉽지만 미국·유럽 등 드림캐스트 세계 배급이 이뤄지는 올 가을이면 게이머들의 반향을 알 수 있게 된다.

 한편 내년 3월 일본부터 발매가 시작될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2는 더욱 강력한 사양으로 게이머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감정이입이 되는 게임기」라고 설명한다. 게이머가 등장인물이 되어 생각하고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들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소니측은 『느슨한 옷을 입고 칼을 휘두른다면 옷소매가 흔들리고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모습이 감지될 만큼 자연스럽고 세밀한 그래픽 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실감나는 게임을 위해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2를 초당 7500만 폴리곤의 그래픽 처리속도로 무장시킬 예정이다. 현재의 펜티엄Ⅲ보다 4배 정도 빠른 3D그래픽을 보장한다는 게 소니측의 설명. 이 정도면 펜티엄이 앞으로 1년간 진화한다고 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그래픽 품질이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목표는 단순한 게임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접속까지 가능한 정보가전의 중심센터로 화려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향후 가전제품이나 PC카드 슬롯에 연결될 수 있도록 USB와 IEEE1394 프로토콜을 채택하는가 하면 네트워킹을 위한 밉스(MIPS) 기반의 임베디드 프로세서와 멀티미디어를 지원할 미디어 프로세서, LSI로직의 IO프로세서 등을 장착될 계획이다.

 결국 차세대 게임기는 저가형 홈PC와의 경계선마저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같은 전망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도 요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PC통신 하드웨어동호회 토론장에는 『플스2는 가격이나 성능에서나 PC에 뒤처진다고 보지 않는다(하이텔 moonhana)』는 낙관론이 올라오는가 하면 『PC도 부두3·리바TNT2·새비지4 같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차기 버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2가 PC를 대체하기 힘들 것(newtype0)』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