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번개, 천둥, 우레, 낙뢰….
모두 엇비슷한 말들이지만 조금씩 그 의미가 다르다. 번개는 섬광 같은 빛줄기를, 그리고 그 요란한 소리는 천둥, 또는 우레라고 하며 벼락은 이 모든 현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벼락은 번개와 천둥으로 이루어졌다고 할까. 그 중에 천둥은 원래 「천동(天動)」이라는 한자어가 변한 말이다. 그리고 낙뢰는 벼락이 치는 것을 일컫는 내용.
벼락은 간단히 말하자면 땅과 구름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현상이다. 주로 여름철에 나타나는 구름 가운데 바닥은 평평하면서 웅장한 산봉우리 모양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적란운」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벼락을 내리는 뇌운(雷雲)이다.
뇌운은 대개 꼭대기 쪽은 양 전하(+), 그리고 바닥은 음 전하(-)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 바닥은 다시 지면에 양 전하를 띠게 만든다. 뇌운은 흘러가면서 마치 그림자를 드리우듯 지면에 양 전하를 끌고다니는데 이때의 전위 차는 수백만 볼트나 된다. 어마어마하게 큰 전지인 셈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달라붙으려고 하듯이 전기도 늘 양 전하와 음 전하 사이를 흐르려고 한다. 그런데 뇌운의 바닥과 지면 사이에 있는 공기는 그다지 좋은 전도체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적란운이 동반하게 마련인 폭우가 쏟아져 공기가 축축하게 되면 전도성이 좋아져서 벼락이 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도 조금이라도 거리가 가까운 쪽으로 흐르려고 하다보니 뾰족한 탑이나 나무, 건물 꼭대기에 번개가 친다.
흔히 벼락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름 속에서 자기들끼리도 많이 일어난다. 이런 구름들끼리의 방전은 지상에서는 가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어쩌다가 그 중 한 줄기가 멀리 날아가서 땅에 꽂히기도 한다. 대개 몇 ㎞ 밖의 날씨가 좋은 곳에 내리치는 이런 낙뢰를 두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번개는 엄청난 고온이다. 1만도를 훨씬 웃돌고 2만∼3만도를 넘나든다. 이런 고온은 1000분의 1초에서 10분 1초라는 찰나적인 시간 동안 발생하는데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긴 번개를 뜨거운 번개, 짧은 것은 차가운 번개라고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개 차가운 번개는 폭발을 유발하고 뜨거운 번개는 불을 낸다. 벼락이 친 뒤 숲에 불이 나는 경우 등이 그런 예다.
천둥소리도 바로 이 엄청난 고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번개의 궤적을 따라 발생한 고온이 순식간에 공기를 팽창시키며 이 고온 공기가 주변으로 찢어지듯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소리가 바로 천둥이다. 번개는 빛의 속도로 보이고 천둥은 소리의 속도로 들리므로 「번쩍!」하는 빛줄기와 이에 뒤따르는 천둥소리의 시간 간격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 먼 곳에 벼락이 쳤다는 말이 된다.
지구상에는 대략 1800개 정도의 뇌운이 항상 떠돌고 있다고 한다. 이들 하나하나는 매초당 평균 600회의 방전을 일으키며 그 중에 100개 정도는 지상에 내려온다. 계산해보면 이 지구상에는 늘 시간당 35만회 이상의 벼락이 치는 셈이다. 물론 세계 각 지역의 기후에 따라 빈도는 크게 차이가 나서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같은 곳은 1년에 300일 이상 벼락이 친다고 한다.
이따금 벼락에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 매체에서 접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는 75년 한 오두막에 벼락이 내리쳐 21명이 몰살당한 비극이 일어났으며 반면에 미국의 삼림 감시원이었던 로이 설리번이라는 사람은 일곱번 이상이나 벼락을 맞았는데도 목숨을 부지한 기록이 있다.
피부가 스멀스멀하거나 따끔따끔한 기분이 나고 머리털 등이 일어나면 번개가 칠 조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변 지면에 전하가 충만해 있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몸에서 쇠붙이를 떼어내고 큰 나무 밑을 피할 것이며 눕거나 엎드리는 것보다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숙이는 자세가 좋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