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투데이> 스포츠 SI시장 노려라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중계하기 위해 각국에서 모여든 수백명의 기자들은 어느 나라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지 알기 위해 메인 프레스센터(MPC)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메인 프레스센터에 설치한 대형 메달레이스 현황판이 메달집계 상황을 전하긴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센터에 설치돼 경기소식을 알려주는 인포PC나 아시안게임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도 메달 현황이 뜨지만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세 군데에서 알려주는 메달집계가 각기 다른 상황이다 보니 기자들은 그날의 경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경기 상황을 파악, 직접 메달수를 합산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경기장에서는 보도진과 경기운영위원, 선수단, 코칭 스텝, 자원봉사단이 제각각 혼선을 빚곤했다.

 이처럼 경기진행이나 운영이 엉망으로 변해버린 데는 대만의 A사가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스포츠 시스템통합(SI) 경험이 없는 스웨덴의 S사가 소프트웨어를 개발,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기 때문.

 운영 미숙으로 벌어진 결과라고는 하지만 올림픽과 같이 세계 100여국, 수십만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대회에서 이처럼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아찔할 수밖에 없다.

 1000분의 1초까지 판가름하는 계측시스템의 전산기록이 보관되지 않거나 잘못 기록되면 등수가 바뀌거나 다시 경기를 해야 하는 등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형 스포츠 경기에서 전산시스템은 없어선 안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단일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터넷이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경기정보를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알리기 때문에 스포츠 행사에 투입되는 전산시스템의 역할은 한층 비중을 더하고 있다.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전산시스템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각종 경기장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경기운영시스템」과 자원봉사단·선수·기자단 등록카드 발급업무 및 귀빈 영접, 물자관리 등을 맡는 「대회지원시스템」, 각국의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홈페이지시스템 구축도 스포츠 행사 전산시스템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대회 전산시스템은 대회조직위원회가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선정방식은 기본적인 시스템의 경우 일정 업체로부터 100% 무상으로 지원받는 스폰서 계약을 맺고 추가 설치하는 부분은 경비를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스폰서 계약은 IBM·휴렛패커드·EDS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기업이미지 제고차원에서 뛰어들며 이 경우 광고 우선제공권을 얻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IBM은 지난 60년 로마올림픽에 처음 시스템을 무상 지원한 이후 88년 서울올림픽과 지난해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오는 2000년 호주 시드니 하계올림픽까지 각종 대규모 대회의 전산시스템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계약을 맺어왔다.

 지난해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IBM은 500억원 상당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스폰서로 무상 지원했으며 1500억원 상당의 물량은 경비를 받는 추가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은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각종 전광판 전면광고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 중계를 통해 10억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나가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는 하루평균 2000만건 이상의 접속건수를 보였으며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6월 3일 하루 7000만건의 접속률을 보이는 등 최근 들어서는 방송이나 신문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미국 EDS사가 대회 지원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공급하는 스폰서로 잠정 지정되어 조직위원회와 대회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쌍용정보통신이 스포츠 SI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무전기부문을 전량 공급하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자사이미지 광고를 전개했다.

 쌍용정보통신은 그동안 전국체전 및 아시안게임, 대전 엑스포에 전산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대규모 스포츠 대회의 SI분야를 석권하고 있다.

 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경기 전산시스템과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 지원업체였던 쌍용정보통신은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100분의 1 경비로 완벽히 경기를 마쳐 일본 전산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