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현재 엔화가 달러당 120엔대인 상황에서 수출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원화의 적정환율을 달러당 1300원 전후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화환율이 절상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비디오테이프와 이동전화로 수출 경상이익이 제로가 되는 한계환율이 각각 1275원과 1267원으로 나타났으며 환율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반도체·세탁기 등으로 한계환율이 각각 1142원, 1185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14일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8일간 우리나라 전자수출 전체의 82%를 차지하는 83개 주요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환율이 전자정보통신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7.2%가 엔화환율이 120.23엔, 대만 NT달러 환율이 33달러일 때 수출 적정환율을 1250∼1400원 미만으로 꼽았으며, 1100∼1250원 미만이라고 답한 업체는 13.2%였으며 1400원 이상이라고 답한 업체도 9.6%나 됐다. 한계환율의 경우 1300∼1350원 미만이라고 답한 업체는 3.6%, 1250∼1300원 미만이라고 답한 업체는 15.7%로 1250원 이상으로 본 업체는 19.3%에 불과했으며 22.9%는 1200∼1250원 미만, 34.9%는 1150∼1200원 미만, 나머지 22.9%는 1150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3월9일 현재 원화환율이 1242.70원인 점을 감안하면 조사대상업체의 96.4%가 채산성 없이 수출하고 있으며 42.2%는 이미 수출이 곤란해지는 한계환율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진흥회는 경쟁국인 일본 엔화와 원화의 적정수준이 10대1로 9일 현재 이 비율이 10.2대1(121.57엔 대 1242.70원)로 적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화와 대만 NT달러가 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가 5% 절상되면 전자업계는 수출 및 순이익이 각각 3.2%, 5.9% 감소하고 10% 절상시 수출 8.3%, 순이익 10.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업계는 원화절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44.5%가 경영합리화 등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으며 25.3%는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정개선 등 생산성에 주력하는 업체는 8.5%, 수출가격 인상은 3.6%, 신시장 개척은 1.2%로 나타났으며 채산성 유지를 위해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업체도 16.9%에 달했다.
한편 전자진흥회는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수출채산성을 확보하고 올해 수출목표인 416억달러 달성을 위해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원화의 환율을 최소한 1300원이 되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한국은행·한국무역협회 등 정부 및 관련기관에 건의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