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특허청장(53)에게는 「특허박사」란 별칭이 따라붙는다. 역대 특허청장 중 최초로 지난해 한양대에서 특허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내에서도 지식재산권분야에 몇 안되는 논객으로 불릴 정도로 특허에 대한 탁월한 견문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특허통」인 탓에 김 청장은 지난해 3월 특허청 차장에서 청장으로 발탁되자마자 지식정보화사회의 기반구축을 위해 「지식재산 대약진 정책」을 발표, 이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특허청 체질개선과 특허행정정보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행정을 진두지휘하는 특허청장으로 부임한 지 1년을 맞은 김수동 특허청장을 본지 윤원창 경제과학부장이 만났다.
-특허청장으로 발탁된 지 만 1년이 지났습니다. 「지식재산대약진운동」 등 많은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지난 1년간 특허청 업무와 특허행정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IMF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우리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이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능력 부재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취임초 「지식재산대약진 정책」을 수립하고 역점적으로 추진,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인센티브제 도입, 아웃소싱 확대, 특허행정정보화, 인력보강 등으로 특허 및 실용신안 심사·심판기간이 97년 평균 36개월에서 현재는 28개월로 단축됐습니다. 그만큼 기업이나 발명가들의 권리 확보가 빨라진 셈이지요. 또 하나는 올초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출원시스템인 「특허넷(KIPONET)」을 개통, 안방출원시대를 연 점이지요. 이밖에 「발명의 날」 부활 등 발명진흥 및 사업화 촉진, 지식재산권 보호강화 등 성과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허넷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우리나라 특허행정정보화는 현재 어느 수준입니까. 그동안 특허청은 정부기관 중에서는 두드러지게 정보화에 역점을 두고 과감한 투자를 해왔는데 앞으로도 정보화 부문에 투자가 계속됩니까.
▲특허청은 심사처리기간 단축, 심사 질 향상, 지식재산권 행정능률 제고, 특허기술정보 보급체계 구축 등을 목표로 지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특허행정전산화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특허넷시스템도 이 계획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1차 사업으로 청내 전산화가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는 하나 기업·대학·연구소·발명가 등 외부 수요자들을 만족시키기엔 아직 갈길이 멉니다. 앞으로는 수요자 위주의 정보화 투자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특허정보기술의 글로벌화(WIPONET)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허정보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단순 검색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허청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재가공 사업을 추진하면 기업이나 발명가들에게 큰 보탬이 될텐데요.
▲특허청은 현재 출원된 기술내용을 정보화해 대내적으로 심사·심판에 이용하고 대외적인 특허정보서비스는 특허기술정보센터의 KIPRI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산업계, 학계, 발명가들이 필요로 하는 특허정보를 가공해 각종 보고서나 CD롬에 담아 제공하는 재가공서비스도 활발하게 추진중입니다. 이외에도 △특허기술정보 조사대행서비스 △과거분 상표 CD롬 발간 △일본특허초록(PAJ)재가공 △기계·화학 자료 370만건을 전자화한 일명 타임패스CD롬 제작 등을 추진중입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특허정보 재가공 서비스사업이 추진될 것입니다.
-94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특허청에 근무했고 지난해엔 지식재산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또 발명과 특허에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앞두고 지식재산에 대한 평소 지론을 알고 싶습니다.
▲본격적인 기술전쟁과 특허전쟁 시대를 맞아 기술력의 우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제의 소프트화, 산업의 지식화가 진전되면서 지적 창작이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20세기 산업사회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했으나 21세기 지식정보사회가 되면 속도의 경제가 경쟁원리로 등장할 것입니다. 또 전자상거래(EC)의 발달로 국가간 교역대상이 유형재에서 무형재로 확대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이 주요 교역대상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경쟁우위에 있는 지식재산권을 시장지배 또는 시장진입 억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신기술, 신제품의 발명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 특허청 홈페이지에 정부기관에선 처음으로 「유머코너」가 신설돼 무척 재미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코너를 마련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사실 유머코너 신설을 추진하자 청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적잖았습니다. 저속한 유머가 올라올 수도 있고 홈페이지가 다소 가볍게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지요. 그러나 유머와 발명은 상관관계가 많습니다. 둘다 머리를 사용해야만 창출되며 화난 감정에선 유머도 발명도 나올 수 없습니다. 머리가 가벼워야 발명도 개발도 잘된다는 생각해서 유머코너를 개설했습니다.
-최근 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 중에는 특허청을 책임운영기관(에이전시)화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발명·특허계에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주무부처장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우선 에이전시라는 말의 개념부터 모호합니다. 독립채산제와 민간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는 상당한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특허청은 경쟁을 전제로 하는 사업부서가 아닙니다. 세계 어느나라도 특허제도를 경쟁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습니다. 또 정책결정이나 입법·통상업무를 배제하고 집행만 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해가지고는 지식정보사회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2000년대는 인터넷 특허매매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독립채산제를 도입한다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재원상 특허수수료 인상만 부추겨 결국 영세기업이나 발명가들의 기술개발의욕을 떨어뜨릴 것이 불을 보듯 훤합니다.
-특허청의 에이전시화가 부적절한 선택이라면 앞으로 특허청의 위상과 기능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선 특허청이 지식재산부로 승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최근들어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국가간·기업간 분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가 통상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대응능력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21세기에 대비한 국가경영의 전략적 추진과제는 지식산업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 봅니다. 지식재산권과 지식산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따라서 지식재산 창출을 극대화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사업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개발,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체제 구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특허청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고 현재 문화부·정통부·농림부 등으로 산재해있는 지식재산업무도 통합관리해야 합니다.
김수동 청장은 경북 문경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를 나왔으며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 상공부 섬유생활공업국장, 특허청 항고심판소장·차장 등을 역임했다. 취미로는 테니스, 당구(400점), 바둑(아마5단) 등이며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