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공익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말저녁 시간대에 버라이어티쇼가 과다·중복 편성되고 있으며, 결혼·이성교제 등을 희화화하거나 「몰래 카메라」를 사용, 가학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등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방송 3사의 봄개편 이후 주말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버라이어티쇼가 720분(66.7%)으로 가장 많았고 코미디가 160분(14.8%)분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다큐멘터리·생활정보·뉴스 등의 프로그램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채널별 주말저녁 시간대 버라이어티쇼 편성시간을 보면 MBC가 290분(80.6%)으로 가장 많았고, SBS·KBS1은 각각 230분(63.9%), KBS2는 200분(55.6%)이었다.
99년 봄 프로그램 개편 이후에도 버라이어티쇼는 주말저녁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총 버라이어티쇼 편성량 2265분 중 31.8%인 720분이 주말저녁에 편성됐고, 채널별로는 MBC가 42.3%로 가장 높은 집중률을 보였다. SBS·KBS는 각각 30.5%와 24.2%로 조사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익성 강화」 선언 이후 버라이어티쇼의 일부 내용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저녁 시간대 버라이어티쇼의 경우 선행을 유도하는 내용이나 캠페인성 코너를 신설하거나 연예인보다는 일반 청소년 출연 비중을 높이는 등의 변화가 있었으며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댄스 음악 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버라이어티쇼의 일부 코너를 공익적인 내용으로 바꾸거나 캠페인성 코너를 신설한 것은 KBS가 가장 두드러졌다.
공익성 강화 선언 이후 일반인들의 참여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2가 여중·고 체육선수들과 연예인 사이의 게임으로 구성한 「출발 드림팀」 코너를 신설한 것이나, MBC가 연예인 게임 등으로 구성했던 「쇼 토요특급」을 폐지하고 「가족캠프」를 신설, 학부모와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들은 일반 학생들의 외모나 장기 위주의 명물을 선정해 연예인화하는 등 학생들을 희화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처럼 일부 프로그램은 내용이 나아졌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새로운 문제발생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결혼·이성교제 등의 소재를 희화화하거나 청소년이나 인기 연예인을 상대로 「몰래 카메라」를 촬영하면서 가학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간접광고, 시청자 참여시 비속한 소재나 표현 등의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KBS의 「서바이벌 스노우 미팅」 코너는 남녀 대학생이 미팅을 하면서 상대방을 외모 위주로 평가, 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MBC의 「10대 세상 내일이 보여요」는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 억지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봄개편 이후 버라이어티쇼에 시청자 참여내용이 증가했으나 시청자 실수담, 폭소담을 공모해 코믹하게 재연하는 과정에서 비속한 소재나 표현을 사용하거나 어린이가 모방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여과없이 방송하기도 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