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재료업체들, 소자업계 가격인하 압력에 "불만"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이 주요 반도체 소자 생산업체들로부터 과도한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은 지난 연말부터 소자업체의 장비 발주가 재개되는 등 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 경기는 조금씩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의 수익성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제품 가격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자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은 일부 차세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장비 영역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장비의 공급 가격은 최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덤핑」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소자업체들은 조만간 3백㎜ 웨이퍼 장비가 본격 도입될 경우 현재 추진되는 반도체 라인 건설이 2백㎜ 웨이퍼 장비의 「마지막 수요처」라는 논리까지 내세우며 가격 인하 압력의 고삐를 계속 조이고 있다.

 이러한 장비 가격의 폭락으로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은 급격한 채산성 악화와 함께 차세대 장비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재투자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전체 경쟁력 상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장비업체들 조차 『한국 소자업체들의 무리한 장비 가격 인하 압력에 본사 측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칫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의 전체적인 가격 질서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시장을 아예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장비·재료업체들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총 8000억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경상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전해지자 장비·재료업계의 불만은 「분노」의 수준으로 발전했다.

 중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소자업체가 기록한 흑자의 상당 부분은 관련 장비·재료업계가 흘린 피와 눈물의 대가』라고 정의하며 『더욱이 과거 대기업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실시해온 중소업체 지원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소자업체 측은 『현재 64MD램 생산 라인 건설에 투자되는 장비 및 설비 도입 비용은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이는 전체 반도체 제조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부담이 크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자업체로서 경쟁력 유지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 칼자루를 쥔 소자업체가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국내 전체 반도체 산업의 인프라 구축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