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외청 "에이전시化" 논란

 민간경영진단조정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에 특허청·통계청·기상청 등 일부 외청과 국립과학관 등 24개 기관을 책임운영기관(Agency)화해야 한다고 하자 뒤늦게 정부부처 사이에 책임운영기관의 위상과 성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책임운영기관 대상 소속 공무원들은 「에이전시」란 의미가 공사화, 혹은 민영화를 뜻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획예산위는 책임운영기관에 대해 『정부가 수행하는 사무 중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행정기관을 말하며 경쟁적 운영이 가능한 사무에 대해 책임운영기관의 장에게 맡겨 행정 및 재정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운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외청들을 책임운영기관화하겠다는 문제는 지난해 말 제정된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에는 책임운영기관의 경우 기관장을 임기 3년으로 민간경영인에서 선임하고 사업운영계획·조직구성·인사 등 모든 업무를 소속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사업성과 등을 심의하기 위해 주무부처 장관 아래 책임운영기관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책임운영기관장은 임기 3년 동안 주무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어서 사업운영 등의 심의를 전담하는 주무부처의 공무원들을 상전으로 모셔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상기관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를 테면 현재 직제상 1급인 기상청장이 주무부처의 기상청 업무를 담당하는 5급 사무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2차 정부조직개편안에 책임운영기관화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특허청·기상청 등 정부 외청과 산하기관은 자율과 책임성 확보라는 책임운영기관제 도입목적과 달리 정부간섭이 불보듯 뻔해 과거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들 부처 및 기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주무부처에 속해있었을 뿐 예산·인사·업무운영계획 등에 대해 사실상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이번에 책임운영기관안을 제시한 것은 기관별 특성이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하나의 문제는 예산이다. 「책임운영기관 법률」에 따르면 책임운영기관의 회계는 계정별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운용하고 예산청장이 이를 통합관리하는 것으로 돼있다. 책임운영기관의 사업은 사업예산회계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기업 형태로 보아 특별회계의 예산 및 회계에 관한 특별회계법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은 기업예산회계법의 규정을 적용받도록 했다.

 따라서 책임운영기관은 기업처럼 일반예산 이외에 부족한 예산은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벌여 충당해야 한다. 그런 만큼 통계청과 기상청은 각각 통계정보 및 기상정보를 팔아서, 특허청은 특허수수료 등으로 상당부분의 예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운영대상기관들은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예산위의 말처럼 책임운영기관제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이 담당해야 할 성격의 기관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결과에 따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국가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외청의 경우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