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22> 컴마니아 교사들의 열정

 「학교정보화 우수학교, 그곳엔 마니아가 있다.」

 서울 연희여자중학교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전북 익산의 천서초등학교, 충북 청주의 주성초등학교. 이들 정보화 모범학교에는 야근을 마다않고 밤새워 컴퓨터와 씨름하는 이른바 마니아 선생님들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밤새워 컴퓨터를 두드리며 인터넷을 익히고 교육자료를 직접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는 마니아 선생님들의 열정은 학생들의 정보화 욕구를 미흡하나마 충족시켰고 「컴퓨터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동료교사들의 시선도 「나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전환시켜 학교정보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연희여자중학교(교장 황승현)는 지난해 6월 교내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PC 보유가정이 적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 정보화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50여대의 PC를 네트워크로 연결, 학생들에게 인터넷 항해의 길을 열어준 이 학교의 네트워크 구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들이 손수 해냈다.

 평소 소문난 컴퓨터 마니아였던 양칠범 교사(43)와 이재열 교사(38)가 의기투합하여 장비구입부터 설치작업까지 직접 해냈다. 전문가들이나 해낼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작업을 위해 두 교사는 밤새워 서적을 뒤지고 용산 전자상가를 헤집고 다니며 3개월여의 시간을 쏟았고 결국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냈다.

 두 교사의 노력은 외부업체에 의뢰했을 때 예상됐던 비용 1300여만원을 1000만원이나 줄일 수 있었다는 비용절감 측면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최대 수혜자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인터넷 항해가 자유로워지면서 컴퓨터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천서초등학교(교장 이동욱). 교사 7명을 포함, 14명의 교직원과 102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작은 규모인 데다 100여 세대의 지역주민도 대부분 농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어 외관상으로 정보화와 거리가 먼 시골 초등학교다.

 그러나 4학년부터 6학년 교실에는 교사용 PC와 대형TV·실물영상기 등이, 오른쪽과 뒤쪽 벽면에는 학생실습용 멀티미디어PC 3대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1학년부터 3학년 교실에도 교사 및 학생용 PC가 2대씩 갖춰져 있다.

 멀티미디어교실에는 멀티미디어PC 24대와 40인치 대형 프로젝션TV 등 교육기자재가 있으며 모든 학급이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돼 있다. 일반 학급과 멀티미디어교실 등에 총 50대의 PC가 설치돼 있어 학생 2명당 1대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지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천서초등학교의 정보화에는 오진탁 교사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3년전부터 정보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교사들의 사비를 털고 지역주민을 설득해 PC를 구입하고 교육자료를 밤새워 만들어 올리며 고군분투한 오 교사의 노력으로 현재 7명의 교사 모두 워드프로세서·엑셀·프레젠테이션 도구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도 간단한 워드프로세서 사용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보고서 작성과 간단한 HTML문서 편집, 전자메일 활용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대학수준에 버금가는 정보화 인프라를 발판으로 국내 최고의 정보화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장 한상국)도 안상남 부장교사(43)를 중심으로 한 교육정보부 선생님들이 든든한 밑받침이 되고 있는 경우. 지난 95년부터 본격적인 정보화사업에 나선 서울여상의 교육정보부 교사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교육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거의 매일 야근을 마다않는 열의를 보여줬다.

 서울여상은 현재 전교생이 개인 홈페이지를 보유한 인터넷 전문가가 됐고 올 연말이면 전교과목에서 선생님들이 직접 개발한 인터넷 교재로 수업하게 되는 정보화의 대표적인 모범학교로 자리잡았다. 국내외 학교 관계자들의 견학도 눈길은 온통 교육정보부에 쏠리고 있다.

 이밖에 97년부터 열린교육 시범운영을 통해 총 2억원을 투입, 각종 교단선진화사업을 추진해온 충북 청주의 주성초등학교(교장 노현우)도 정보화에 열의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에 정보화 모범학교로 꼽히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정보화의 한 주체로서 교사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마니아 선생님들의 존재는 학교정보화 추진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처음엔 괜한 일 만들어 귀찮게 한다는 원망섞인 투정을 늘어놓던 동료교사들도 그들의 열의에 혀를 내두르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니아 선생님이 있는 곳은 교사들의 평균 컴퓨터 실력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러나 교육정보화의 성공은 몇몇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들 마니아 선생님들의 한결 같은 소리다. 연희여중의 이재열 교사는 『학교정보화의 걸림돌로 교사들의 전문지식 부족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과목 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책적으로 교과목 담당교사와 별도로 정보화를 담당할 전문행정교사를 두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여상의 안상남 교육정보부 부장도 『교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현재 서울여상의 교육정보부는 9명의 선생님 중 교과목을 맡지 않고 행정업무만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학교장의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