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반도체라 불리는 256M 싱크로너스 D램의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가 16일부터 출시하는 256MD램 수출로 올해 벌어들일 외화(200만∼300만개, 2억∼3억달러)는 국산 최고급 대형 승용차 500∼700대 이상을 수출하는 것과 대등한 규모다.
삼성전자의 256MD램 조기 양산 및 출시는 단순히 시기를 몇 개월 앞당긴다는 것 이상의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체는 최근 몇년간 지속된 「지독한 불황」으로 업체간 통폐합, 사업철수, 투자 감축 등 사상 유례없는 초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대용량화와 고속화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자금력」이 우선시되던 반도체업체는 「자금력」과 「기술력」을 겸비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더욱이 차세대 선행 기술을 현재의 주력 제품에 적용해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속성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256MD램 양산은 64M와 128MD램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세계 유력 반도체업체들은 불황 속에서도 256MD램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256MD램 출시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장기집권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세대교체 방법인 전반적인 장비의 추가 도입이 아닌 포토 마스크 등 일부 설비 공정의 업그레이드만으로 256MD램 양산체제를 구축, 세계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원가 경쟁력 확보와 256MD램시장의 조기 확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시장에서 시장 선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256MD램의 가격은 무려 200달러선. 하지만 일부 경쟁업체들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말 경이면 가격은 100달러 이하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256MD램 평균가격을 105달러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보다 한달만 출시 시기가 빨라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초기 시장의 강세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256MD램 출시는 64M와 128MD램 조기 출시 전략에 이은 이른바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노린 초강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초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빅3 또는 빅4 체제로 조정하겠다는 강자의 논리가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윤우 반도체 총괄 대표가 『256MD램 출하를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대용량 제품 위주로 전환하는 동시에 시장 조기 확대를 위해 마케팅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256MD램의 출시는 금세기 말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확고 부동하게 키워놓은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다가오는 밀레니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이벤트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