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Y2K> 이미 시작된 Y2K 재앙

 일반적으로 컴퓨터2000년(Y2K)문제는 2000년 이후에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주변 곳곳에서 Y2K문제가 시작됐다는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Y2K문제로 인한 컴퓨터 오작동 사례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세계 각국에서 속속 접수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이미 전세계는 Y2K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선 셈이다.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알란다국제공항에서는 임시여권을 발급해 주는 경찰 컴퓨터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여권발급 업무가 중단되고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웨덴의 고텐베르크·말뫼국제공항 등에서도 이날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해 기술자들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컴퓨터가 99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유효기간이 한달인 임시여권의 발급을 거부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또 스위스 바트주에 있는 거의 모든 병원의 컴퓨터에서 2000년 연도인식 오류가 발생, 환자기록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기도 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300여대의 택시 미터기가 Y2K문제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인해 약 2시간 동안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는 국영 석유회사인 「슈타트오일」의 스웨덴내 주유소들에 설치된 주유기들이 99년도를 인식 못해 작동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 89년부터 92년까지 4년 동안 세계 각국에 3900대 가량 판매된 휴렛패커드(HP)사의 「심실근육 미세경련 제거기」 등 2종의 의료장비가 올해초부터 연도인식 오류에 따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Y2K문제가 아예 법정싸움으로 비화된 경우도 있다. 미국의 프로듀스팰리스사는 텍아메리카라는 금전등록기시스템 제조회사에 대해 지난 96년 도입한 금전등록기가 2000년 날짜가 들어가는 신용카드를 인식하지 못해 막대한 매출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500만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최근들어 10여건의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Y2K문제의 발생영역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다. 지난 1월 국내 대형병원인 삼성의료원에서는 1899년에 출생한 환자의 주민등록번호인 「991226-×××××××」를 입력하는 순간 컴퓨터에서 당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40여명의 기록이 모두 지워지고 화면이 하얗게 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다른 대형병원인 서울대병원 역시 그동안 비슷한 사례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1800년대에 태어난 환자 기록은 아예 별도 관리해왔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만기일이 2000년 이후인 국내 모은행 신용카드 소지자가 외국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려 했으나 연도인식문제로 사용치 못하게 되자 해당은행에서 임시카드를 발급, 해결한 보도도 있었다.

 이처럼 이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밀레니엄버그의 유형은 몇가지가 있다.

 올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Y2K문제는 「99버그」. 99버그는 컴퓨터가 「99」라는 표기를 시스템종료 등으로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를 말하는 것으로, 삼성의료원 등에서 올들어 발생하고 있는 Y2K문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99버그가 가장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날은 4월 9일과 9월 9일. 4월 9일은 99년의 99번째날이라는 점에서 99099로 표기되고 이를 프로그램에서 9999로 표기하면서 시스템종료로 인식할 수 있고 9월 9일 역시 9999로 표기돼 시스템종료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Y2K문제 전문가들은 99버그가 프로그래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고 특정날짜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다르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광의로 해석할 때 사실상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IBM Y2K팀의 김영로 차장은 그러나 『99버그는 일반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프로그래머의 디자인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진짜 Y2K문제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GPS(위치측정시스템)버그」도 있다. 날짜표기를 주 단위로 하는 인공위성의 내부시계는 80년 발사 당시를 시작으로 총 1023주로 표기되는데 오는 8월 22일이 바로 1023주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인공위성의 날짜표시기가 리셋되면서 0주로 인식, GPS를 이용하는 항공기·선박들의 운항시스템이 교란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기일자를 사용하는 계산에서도 Y2K문제의 발생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다. 만기일이 2000년 이후인 신용카드의 연도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Y2K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기일자가 2000년 이후인 신용카드의 Y2K문제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없지만 사실상 97년경부터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들은 최근 만기일을 4자리인 2002, 2003 등으로 변경한 카드를 발급하는 한편 아직 Y2K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회사들은 만기일을 99년까지로 한정해 발행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증권전산이 2000년 3월이 만기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계기로 Y2K문제에 대한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도 바로 만기일이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한국전산원의 선우종성 박사는 『우리가 이미 Y2K문제의 사정권안에 들어간 만큼 Y2K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Y2K문제의 특성상 100% 완벽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