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35세의 뇌성마비 장애인인 미첼에게 지난 4년간의 생활은 그전까지 지루하게 살아왔던 삶에 비해 보람된 나날이었다. 그는 10여년 동안 이렇다 할 직업을 갖지 못하고 생활하다가 4년 전 인터넷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끊임없는 훈련과 교육을 통해 지난해부터 정보검색을 대행해 주는 사업을 시작하여 이제는 미 연방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이 되었다.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는 장애인들은 정보화가 그들의 재활서비스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비관적인 시각은 정보화는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장애를 갖게 하고 노력을 필요로 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낙관적인 측면에서 벌써 재활정보공학(Rehabilitation Information Technology)의 발전은 장애인의 진단과 평가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도록 하였으며 의료재활·교육재활·직업재활·문화활동을 포함한 사회·심리 재활분야에서도 새로운 접근과 기법을 유도하여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을 용이하게 하고 재활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낙관적인 시각 중의 하나는 현재 경제활동 장애인의 40%에 육박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의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전자상거래다.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행위가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대단히 기대되는 유통망이며, 특히 전자상거래가 본격화하면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이 직업을 얻는 과정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겪게 되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직업을 가진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장애(Handicapped) 때문에 직업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대개 장애인들의 일거리를 창출하는 데 피고용인보다는 자신이 고용인이 되는 자영업을 유도하게 되고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지원책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자영을 하게 될 때 상대적으로 비장애인보다 설비비나 운영비·인건비 등의 지출이 많고 이동의 제약으로 인한 상품의 마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을 완화시키고 개선시킬 수 있는 전자상점의 창업은 장애인들에게 성공률이 높은 새로운 일거리 창출의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전자상점을 개설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과제는 아마도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보편적 설계란 장애인을 포함한 가능한 한 넓은 범위의 사용자에 맞도록 제품·서비스·환경 등을 설계하는 것으로 접근가능(Accessible)하며 포괄적(Inclusive)인 설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잠재적 사용자층을 늘리고 시장성(Marketability)을 높이며 추가적인 보조기술(Assistive Technology)을 위한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결국 보편적 설계는 최종사용자가 건강·연령 등 신체적·정신적 능력상의 차이나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망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고 다양한 단말기기나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을 설계하는 문제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이나 기본적인 키보드 및 마우스 작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전자상점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기본설비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에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접근, 즉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터페이스나 감각인터페이스 그리고 지체장애인을 위한 대체 입력장치나 감성인터페이스 등이 필요한데, 현재는 보편적 설계에 대한 정책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지원과 환경의 마련은 장애인들의 전자상거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밖에도 장애인이 전자상점을 개설한다 정해 보자. 창업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와 제도상 문제 그리고 창업을 위한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많은 정보들이 필요한데, 실제 여러 기관에서 이에 대한 창업과정이나 연수회가 열리고 있지만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장애인에 대해 배려하거나 접근권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들의 고용문제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즉 공공직업훈련소나 장애인 직업훈련기관, 정부의 실업대책기관들이 사이버세계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이버 직업훈련직종의 개발이나 전자상점의 창업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과 교육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의 자영업을 돕기 위한 각종 법률이나 제도들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