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시장은 PC가 등장한 이래 최대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모빌컴퓨팅의 새로운 세계가 정보통신기기와 컴퓨터의 무제한적인 능력을 손바닥위로 옮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한 손에 샌드위치를, 또다른 한 손에는 모빌컴퓨팅기기를 들고 영상회의·업무처리·쇼핑·영화감상 등 지구상에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곳 세빗(CeBIT)전시회를 취재하고 있는 현지언론들은 세계 모빌컴퓨팅산업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이 시장을 둘러싼 전세계 주요 IT업체들의 전략 등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IT산업이 모빌컴퓨팅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무궁무진한 시장가능성을 갖고 있는 모빌컴퓨팅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세계 주요 IT업체들의 경쟁이 이번 세빗전시회를 계기로 본격화한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스리콤·심비언(Symbian) 등을 중심으로 한 3대 진영은 모빌컴퓨팅용 운용체계(OS)로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 아래, 이번 전시회를 자사 세력확장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전시회 참가업체 및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세빗전시회를 후끈 달구어놓고 있다.
윈도CE로 승부를 걸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PC용 OS 장악을 기반으로 윈도CE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전반적인 컴퓨팅환경이 데스크톱에서 모빌컴퓨팅으로 이동한다면 당연히 윈도 OS도 그에 따라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윈도CE가 모빌컴퓨팅기기의 OS로 자리잡을 것을 확신했다. MS는 인텔·컴팩 등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들과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리콤은 자체 개발한 개인휴대단말기인 팜파일럿에서 구동되는 팜OS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MS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스리콤은 자사 제품인 팜파일럿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모빌컴퓨팅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했으며 특히 「팜Ⅶ」이란 신제품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며 MS의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스리콤의 CEO인 에릭 벤하모는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2억명의 사용자들은 윈텔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앞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8억명 이상의 사용자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세번째 진영은 HPC 제조업체인 사이언(Psion)을 중심으로 한 통신기기업체들의 연합. 이 진영은 에폭(Epoc)을 내세워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특히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 진영에는 주요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에릭슨·노키아·모토롤러 등이 심비언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해 사이언의 에폭을 지지하고 있다.
심비언 진영은 특히 에폭이 모빌컴퓨팅기기에 통신기기의 기본기능인 음성전송뿐만 아니라 데이터까지도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전시회에서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에릭슨·노키아 등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이 주축이 되고 있는 심비언 진영은 스마트폰이라는 첨단 통신기기가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모빌컴퓨팅 시장이 심비언 진영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2005년까지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이동통신기기를 사용할 것이며 이 가운데 15%는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빌컴퓨팅용 OS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 진영의 전략도 제각각이다. MS진영은 이번 전시회에서 이미 전세계 PC OS시장을 장악한 것을 기반으로 윈도CE에 대한 라이선스 등의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스리콤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첫번째이고 OS는 그 다음 문제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스리콤 진영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300만대의 팜파일럿을 판매한 스리콤의 이같은 논리가 설득력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심비언 진영은 양 진영의 전략을 절충, 개방형 표준OS를 주장하면서도 에릭슨·노키아·모토롤러 등이 통신기기를 생산해 전세계에 공급할 것이어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