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실험방송에 들어가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가 정부부처와 방송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부부처는 정보통신부다. 정통부는 3월 초 활동을 마감한 방송개혁위원회가 문화부와 방송계 일각의 부정적인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수도권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종전의 정부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를 보다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의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도 가속이 붙고 있다. KBS가 오는 9월 3일부터 국내에서 개발된 디지털송신기와 코덱장비를 활용해 실험방송에 들어가기로 한 데 이어 MBC 역시 ETRI에서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실험방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방송사간에 실험방송의 실시 시기를 놓고 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실험방송의 실시를 앞두고 방송계 최대 쟁점은 디지털방송에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방송개혁위원회의 추산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필요한 디지털 전환비용은 무려 2조2422억원. 당초 2조748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송사간 시설공용 및 환율하락으로 전환비용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게다가 디지털방송의 전체 도입일정 중 전반기라고 할 수 있는 2005년까지 1조7424억원(77.7%)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방개위측의 결론이다.
방개위는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을 위해 방송사 자체조달, 방송발전자금, 세제지원, 재정특별융자, 정보화촉진기금, 가전사 지원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방개위의 방침이 확정된 후 정보통신부는 디지털방송의 최대 선결과제인 재원조달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열린 경제부처 고위관계자 간담회 석상에서는 정통부의 디지털방송 실시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통부측은 수입장비 관세감면, 정부 재정융자, 일본차관 도입,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측은 방개위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2001년부터 KBS의 수신료 인상 및 광고폐지에 따라 KBS는 물론 다른 방송사들도 광고수익 증대로 인해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선 실험방송과 시험방송 기간동안의 재원조달방안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통부측은 올해 실험방송에 들어가는 소요자금 1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53억원을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통부측은 정보화촉진기금을 시험방송과 본방송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기금의 성격상 기술개발자금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촉진기금 이외의 재원지원방안은 문화부·산자부·재정경제부 등 관련부처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통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 정부 일각에서는 정통부가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디지털방송의 조기 실시를 위해선 부처간 협의가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사측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디지털방송이 일정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훨씬 강도 높은 재원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익자금의 출연비율 하향조정, 수신료 인상, MBC의 공적기여금 면제, 중간광고 허용, 가전사 지원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통부측은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에 보다 힘을 싣기 위해 이달 중 방송계 및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추진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