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정내권 이사(31)의 마음은 요새 더욱 바빠졌다.
아래아한글5.0 버전의 공개일정이 올해말로 잡혀있는 가운데 최근 MS워드·훈민정음 등 경쟁상품의 업그레이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아한글의 개발을 총괄하는 정 이사로서는 긴장되는 대목이다.
『점점 독자적인 문서편집기로서의 워드기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을 위한 문서편집은 전자우편과 웹브라우저가 대신하고 기안을 위한 문서편집은 그룹웨어가 대체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워드시장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워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정 이사는 이같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글과컴퓨터도 편리한 경인쇄와 한글처리 등 아래아한글만의 장점을 살리면서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기업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힌다.
『아래아한글5.0 버전은 액티브X 컨트롤(OCX)과 함께 연동할 수 있도록 문서편집기만 컴포넌트화해 비주얼베이식이나 #·델파이 등과 같은 개발도구로 아래아한글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발자들은 그룹웨어나 결재서류의 입출력 에디터로 아래아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되지요.』
정 이사는 또 아래아한글5.0 버전에서는 윈도에 내장된 한글폰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대폭 줄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도 호환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자유로운 되살리기 기능」이나 「한 페이지가 넘는 표」 등 그동안 이용자들이 원했던 기능을 대폭 보강한다는 것이다.
『아래아한글5.0 외에 다음달 초에는 국제판 아래아한글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국제판 아래아한글은 여러 국가의 언어를 써야 하는 상사나 해외주재 한국인들을 겨냥한 제품으로, 한글과 영어·일본어·중국어·대만어를 지원합니다. 특히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어 입력부분에는 현지인을 직접 참여시켰지요.』
이외에도 정 이사는 인터넷 아래아한글 등 아래아한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4년. 이때부터 정 이사는 순전히 독학으로 「컴박사」가 됐다.
모든 것을 책을 통해 혼자 습득해온 습관 탓인지 정 이사는 지금도 『잡다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책에서 몇 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난 91년 고 공병우 박사가 운영하던 한글문화원에서 한글 맞춤법검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찬진 사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한글과컴퓨터에 합류한 정 이사는 아래아한글1.52부터 지금의 아래아한글까지 성장과 발전을 함께 해왔다.
『세계의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인도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무도 인도를 소프트웨어 강국이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인력수출국이라고 생각하지요. 3, 4명 수준의 소규모 창업도 필요하지만 대형 프로젝트 개발경험도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쌓을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국가가 되려면 워드프로세서 등 대형 패키지 개발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무조건 창업만 하려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소프트웨어업체의 성공비결은 오직 기술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정내권 이사. 그는 오늘도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