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시스템(대표 강경수)은 폰트업계의 대부로 잘 알려진 업체. 이 회사가 이번엔 인터넷시대의 니치마켓을 개척하겠다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전자문서 파일포맷 젯다큐먼트를 앞세워 인터넷 문서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젯다큐먼트(JetDocument)는 어떤 문서든 네트워크 상에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파일포맷을 변환시켜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아한글은 한글과컴퓨터, 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야 읽을 수 있죠. 문서양식에 따라 서로 다른 뷰어를 열어줘야만 합니다. 하지만 젯다큐먼트 하나만 띄워 놓게 되면 그런 번거로움은 필요없죠.』
이 회사 강경수 사장은 젯다큐먼트가 온라인 문서관리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인터넷 문서관리는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이 거의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벤처다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제품은 어도비시스템즈의 아크로뱃뿐이다. 매킨토시용 그래픽 툴 업체인 어도비가 내놓은 아크로뱃은 전자출판 분야의 표준 문서포맷으로 애용되고 있다. 한양시스템은 전자출판이나 인트라넷보다는 아직 미개척분야인 전자도서관을 집중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전자도서관은 대학정보화의 핵심으로 최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분야다. 다양한 양식의 문서가 모여있는 전자도서관에서 논문의 문서양식에 따라 서로 다른 뷰어를 열어야 한다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젯다큐먼트는 어떤 문서든 쉽게 읽고 프린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전자도서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게 강 사장의 설명. 한글 코드 처리로 원하는 논문제목이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찾아주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한결 편리해진다.
『젯다큐먼트는 파일 크기가 작아 온라인 전송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완벽한 한글지원과 검색기능은 어도비가 갖고 있지 못한 젯다큐먼트만의 미덕이죠. 사실 어도비측은 시장성을 이유로 한글버전 출시를 계속 지연시켜 왔습니다. 우리가 그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이죠.』
이처럼 강력한 한글지원 기능 덕분에 젯다큐먼트는 현재 포항공대·서울대 농대·고려대·아주대·충남대·한양대·부산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호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양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 유통이 필요한 전자문서교환(EDI)이나 사내 인트라넷,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분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회사 직원들은 한양시스템을 가리켜 「벤처업체 아닌 벤처」라고 표현한다. 사실 한글폰트 시장에서 이 회사만큼 탄탄한 기반을 닦아 놓은 업체도 드물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워드프로세서와 프린터 그리고 OS에 한양의 한글서체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 프린터의 경우 한때 12개 업체 중 폰트를 자체 소장했던 3개사만 제외하고 아웃소싱이 필요한 업체 모두가 한양시스템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 역시 2.0 버전부터 이 회사의 폰트를 채택해 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뿐 아니라 솔라리스·아이릭스·자바스테이션 등 주요 컴퓨팅 환경에도 한양의 서체가 쓰이고 있다.
한양시스템은 19명의 직원에 올해 매출 20억원을 바라보고 있으며 은행빚은 한푼도 없다.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벤처라고 정의한다면 이 회사는 이미 벤처가 아니다. 사실 강 사장은 벤처기업 확인원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굳이 서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빠서 그런 절차를 밟을 시간조차 없기도 하구요. 벤처의 조건은 첨단 정보통신 관련업체라야만 하는 것도, 외형이나 매출액도 아니라고 봅니다. 벤처기업 확인원 같은 서류는 더더욱 아니죠.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니치마켓을 찾아 도전하는 기업가(entrepreneur)정신이라고 봅니다. 우린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항상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을 위해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죠. 그러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컴퓨터는 수많은 부품들의 인터페이스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계간의 맨 머신 인터페이스다. 네트워크 환경에서 문서포맷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저장·전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프트웨어 역시 중요한 맨 머신 인터페이스의 도구인 셈이다. 앞으로도 한양시스템의 목표는 네티즌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정보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리한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일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