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절전형기기 보급촉진책

김용덕 에너지관리공단 기술본부장

 21세기를 앞두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에너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97년에 에너지 수입비용으로 271억 달러를 지출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IMF체제인 지난해 186억 달러를 사용하여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20%를 차지하였다.

 우리 경제는 87년 이후 GDP는 7.9%씩 증가한 반면 에너지 소비는 10.4%씩 증가하여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제4차 기후변화협약회의 이후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 이상으로 매년 에너지 수입금액으로 막대한 외화를 지출해야 하는 경제적 현실과, 온실가스 발생량의 84%가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것임을 고려할 때 에너지 이용효율 개선과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소중한 외화로 사들인 에너지가 실제 사용하지 않는 대기상태에서 낭비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컴퓨터 등 사무용기기는 근무시간 내내 켜놓고 있으나 사용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텔레비전·비디오의 경우도 시청하지 않을 때 전원을 꺼도 플러그가 전원에 연결되어 있으면 일정부분의 전력은 그대로 소모된다. 이렇게 대기시간에 버려지는 에너지비용은 우리나라 가정·상업부문 전력사용량의 10%를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기전력을 줄일 수 있는 절전형 제품의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다.

 지난 1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거하여 절전형 사무용기기 및 가전기기 보급촉진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고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도는 컴퓨터·모니터·프린터·팩시밀리·복사기·텔레비전·비디오 등 7개 품목에 대하여 대기전력을 최소화시켜 원천적인 에너지절약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5000만대 이상 보급되어 있는 이들 7개 품목을 절전형 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5395GWh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64만㎾용량 LNG복합화력발전소 1기 건설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보다 많은 제조업체가 이 제도에 참여해 절전형 제품의 생산·보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조달청 우선구매와 공공기관 사용권고를 추진, 최대 구매자인 공공부문부터 절전형 제품구매에 앞장서도록 할 예정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에너지절약제품 구매권고 캠페인도 적극 전개할 방침이다.

 또한 절전형 기기로 신고한 제품에 대해서는 검증기준을 통과할 경우 에너지 절약마크를 부착할 수 있으며 팸플릿·광고매체·기타 정보를 제공하는 인쇄물 등의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시행 및 보급확대 노력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에너지절약형 제품에 대한 사랑이다.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구매에 힘쓴다면 제조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에너지 절약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의 제도시행 및 보급확대에 대한 노력과 함께 제조업체들의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및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대기전력이라는 에너지 낭비요소 하나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