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전업계도 "새 천년" 준비하자

김병한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경영기획담당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라는 Y2K문제는 관련업계나 일부 전문가들의 관심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새로운 천년을 몇 달 앞둔 요즘, Y2K는 모든 사람들의 화두가 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Y2K문제는 주지하다시피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도표기를 네 자리로 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끝의 두 자리만으로 줄여 표기함으로써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사실 Y2K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온 일이다. PC를 각종 업무에 활용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고 연도를 표기함에 있어 두 자릿수로만 표기할 경우 1000년이 아니라 100년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인간이란 참 근시안적인 존재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사람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또 하나의 밀레니엄 버그를 만들고 있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가전업계로 눈을 돌려보자. 가전업계도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컴퓨터 분야의 Y2K만큼이나 중차대한 문제들로 복잡하다. 가전업계가 당면한 상황을 조망해 보면 거시적으로는 고성장시대가 끝나고 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재편할 지식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미시적으론 제품 면에서 디지털시대가 급진전되고 있다. 유통 분야에선 대형 혼매유통의 성장이 예상되고 고객의 니즈도 제품의 사용을 통한 「고객만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활용을 통한 「고객성공」으로 전환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의 경영도 이에 맞춰 고객에게 단편적인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고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른바 「토털 솔루션 제공」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수는 없다. 가전업계는 Y2K문제처럼 조만간 닥칠 문제를 소홀히 대처하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밝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전업계는 우선 자원운용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저성장시대를 대비해야 하고 고객을 위한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또 최고의 고객만족을 실현하기 위해 고객감동을 고객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 개발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조직관리 면에서도 기능별로 분산된 하부조직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앞으로 전개될 가전업계의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출발점으로 돌아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얼마나 다가서고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천년을 올바로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요즘 컴퓨터업계의 Y2K문제는 가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곧 살아 있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