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주간 99> 전자부품 "디지털 잔치" 한마당

 IMF이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산업이 국내 전자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의 수출은 234억5000만달러로 전체 전자산업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7년 전인 92년의 수출규모 62억6200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신장했다.

 이처럼 90년대 들어 국내 전자부품산업이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전자부품의 기술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전자부품은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세트의 종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트의 제품화나 기존 제품의 개량을 촉진하는 등 오히려 세트산업의 기술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기술동향이 전자부품기술의 동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기존 AV기기와 컴퓨터 및 통신간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전자부품의 기술은 「경박단소」해지고 있다.

 일반전자부품의 칩화율은 상상외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고정저항기·세라믹콘덴서·탄탈전해콘덴서의 경우 70% 이상의 칩화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칩부품은 「3216」타입에서 시작해 「2125」타입과 「1608」타입 등을 거쳐 「1005」타입으로 바뀌고 있다. 「1005」타입이 칩부품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반도체의 고집적화에 따른 멀티 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패키지의 미세피치화 및 그에 따른 PCB패턴의 미세피치화는 이미 0.5㎜피치가 정착되었으며 0.3㎜피치 등 한층 미세피치화하고 있다.

 이처럼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기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전자부품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IMF이후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 유일의 전자부품 및 관련장비 전시회인 「일렉트로닉 위크(전자주간) 99」가 23일 삼성동 COEX에서 열린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과 경연전람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전자주간」은 전자부품전과 전자생산기자재전, 전자제어계측 및 인터페이스전 등 3개 전시회를 통합한 전문 전시회다.

 오는 25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최근의 기술동향과 신제품 홍보 등 전자부품업계의 관계자들에게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잔치 한마당으로 23개국 491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전자주간 99」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개최됐던 「전자부품전(KEPES)」과 「PCB 및 전자부품생산기자재전(NEPCON KOREA)」 「전자제어계측 및 인터페이스전(EMCO)」 등이 통합돼 열리는 것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전자부품 관련 전시회다. 지난 97년 전시회의 유치효과를 극대화하고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정보수집기회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통합전시회로 바뀌면서 올해 세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KEPES」관에는 통신기기부품, AV기기부품, 가전기기용 부품 및 전자응용장치부품 등의 전자기기부품코너와 수동부품·능동부품·기구부품·기능부품 및 디스플레이부품 등의 전자부품별로 구별되어 배치된다.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정보통신기기 및 관련부품의 출시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노트북PC용 어댑터,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 광커넥터, 피에조 버저, 통신용 전원모듈, 통신장비용 랙 등과 무선 CCTV시스템, 위성방송 수신기 등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눈에 띌 전망이다.

 「NEPCON KOREA」코너는 전시회 출품작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자생산기자재 중 전자부품제조 기계 및 자재와 제조관련 기계 및 자재들이 다양하게 전시될 예정이다. PCB제조장비를 비롯해 콘덴서·트랜스 등 일반부품 제조장비, 각종 측정장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 특히 미래산업에서 개발한 칩마운터 제품들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EMCO」코너에는 자재와 산업용 제어계측보드 및 모듈 등 전자제어계측장비들도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고부가가치 전자제품 생산에 필요한 신기술 도입 기회 마련과 고품질의 저렴한 생산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IMF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전자부품 관련산업을 총망라하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참가하는 업체수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알찬 행사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즉 겉치레에 신경을 써오던 행사외적인 거품은 제거되면서 이번 전시회는 전문전시회로서 내실있는 행사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회는 IMF이후 전반적으로 국내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수출시장 개척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5개 업체가 참가한 미국을 비롯해 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 수출시장인 대만·말레이시아·홍콩·싱가포르·중국·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스위스·이스라엘·노르웨이·스웨덴 등이 참가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원화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국내 업체들이 이들 해외 업체와 상담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하고 있는 경연전람의 박재우 부장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이 직접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 상황에서 이처럼 주요 국가의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상당한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취약한 국내 전자부품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부 장비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국내 부품 및 장비들이 없다. 출품한 부품 및 장비업체들의 제품개발력이 그만큼 빈곤한 상황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IMF로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는 전자부품업체들이 많이 참가하지 못했다는 점이 작용됐지만 그래도 국내 부품관련업체들이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해 기존 제품 이외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국내 전자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특히 선진부품 및 장비업체들과의 기술적인 비교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의 전자부품 전시회인 「전자주간」이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부품 전문전시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회가 단순히 외국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보여주는 전시회가 아니라 참가업체들의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향력 있는 해외 바이어들을 유치함으로써 국내 업체들과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업체들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홍보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IMF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주간」이 국내 전자부품산업을 이끌어가는 전문전시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