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가전업계, 신유통망 개척 골머리

 중소가전업체들이 자가 브랜드를 내세워 유통망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대형할인매장·통신판매·홈쇼핑TV 등 신유통개척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신유통업체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몇 천평 규모의 전시·판매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체 대리점이 없어 판로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가전업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유통업체와 거래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유래없는(?) 최저 납품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데다 빡빡한 납기일자, 교환요구시 전액환불 등 각종 납품조건을 맞춰야 하고 사후서비스도 제조업체들이 책임을 도맡아야 하는 등 갖가지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는 게 중소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악조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홈쇼핑TV 및 대형할인매장들과의 전략적인 제휴로 히트상품들을 만들어 내는 등 성공사례를 속속 배출하고 있는 관계로 중소업체들로선 이를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기보온밥솥 전문업체인 마마의 경우 지난 95년 부도 이후 회생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LG홈쇼핑, 한솔CSN, 대형 할인매장 등 신유통업체들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주력제품인 전기압력보온밥솥의 월판매량이 3만대를 넘어서는 등 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업체는 부도상황에서 자금을 융통시키고 판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비록 종래의 관행을 깨는 납품조건이었지만 신유통업체들과의 거래관계를 트는데서 찾아낸 것이다.

 현재 마마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산 및 판매, 자금흐름이 이뤄져 머지않아 회사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쟁업체들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다.

 전기보온밥솥을 생산하는 A사의 한 관계자는 『앞서 거래한 업체의 납품조건 이상을 요구하는 신유통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들어주다가는 재래시장이나 대리점 등 타 유통망으로는 물건을 내보내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 쉽사리 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판로확대를 위해서는 신유통업체들과의 제휴가 불가피해 유통망별로 모델을 차별화시키는 등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신유통업체들과 히트상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납품업체가 마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출혈납품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 거래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납품업체의 존립에도 위협을 줄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신유통망의 확대는 그동안 고질적으로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중소가전업체들에게는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중소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게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등한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