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위세에 눌려 한동안 국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호환칩업체들이 지난해부터 PC 수출업체쪽에 마케팅력을 집중하면서 국내 PC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AMD코리아·내쇼날세미콘닥터코리아 등 호환칩업체들은 삼보컴퓨터와 KDS시스템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머신즈, 대우통신 등에 잇따라 자사의 CPU를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만 해도 인텔은 막강한 인지도를 앞세워 행망을 비롯한 국내 PC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일부 국내 PC업체들이 수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머신즈·대우통신 등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PC업체들은 미국시장에서 호환칩 PC시장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점차 호환칩 채용 비율을 높여갈 계획이어서 올해 호환칩업체들의 국내 매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500달러 미만의 저가형 PC인 「e타워」로 미국시장 상륙에 성공한 이머신즈는 초기 50 대 50인 인텔칩과 호환칩의 비율을 점차 호환칩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가져가고 있다. 인텔 셀러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PC의 가격은 499달러로 타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반면 AMD·사이릭스 등 호환칩을 채용한 399달러 모델은 가격 경쟁력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이 분야 매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PC관련 전문조사기관인 PC데이터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AMD사의 K6-2 333프로세서를 채용한 이머신즈의 333K제품은 지난달 미국 소매시장에서 판매순위 6위에 올랐으며 총판매대수로는 이머신즈가 4위업체에 랭크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월 15만대 가량을 수출하고 있는 이머신즈는 하반기에는 20만대까지 수출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 이 중 상당부분이 호환칩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반기부터 수출키로 한 저가형 노트북PC에도 호환칩을 채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6만∼7만대 가량을 수출하고 있는 대우통신은 AMD사의 K6-2를 CPU로 채용한 수출모델을 개발, 월 1만대 가량을 미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대우통신의 PC 수출모델에서 호환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선. 대우통신의 한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의 PC선택기준은 어느 회사의 CPU를 장착했느냐가 아니라 성능대비 가격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호환칩 채용 비율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통신은 호환칩을 데스크톱PC 뿐만 아니라 노트북PC에도 채용하기 위해 현재 AMD사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적용한 노트북PC를 개발중이며 곧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호환칩업체들의 현재의 상승분위기를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본사와 긴밀히 협의하는 동시에 국내 교두보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PC데이터사는 지난달 미국 PC 소매시장에서 AMD의 시장점유율은 51.6%로 인텔의 38%에 비해 13% 가까이 앞섰으며 전달보다 더욱 틈이 벌어진 것으로 발표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