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어업협상과 올바른 정보 축적

 최근 국내 뉴스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한일어업협정이다.

 이 협정에서 우리 측 협상 담당자들은 쌍끌이 쿼터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실패하여 어민들은 물론 국민에게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론은 어업협상의 결과에 대해서만 비난할 뿐이고 이같은 졸속협상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어업협상을 보면서 필자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보게 된다. 물론 협상능력도 문제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협상에 필요한 무기, 즉 정보와 자료가 없어 제대로 된 정보수집이 불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어업협상에 임했던 장관 이하 협상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협상에 임했을 당시 참고했던 데이터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충분할 만큼 가치가 있는 자료였는지는 의문이다. 최소한 어업협정 같은 국익이 걸린 사안이라면 우리 어민은 물론 일본 어민의 어업관행과 실적에 대한 모든 정보와 기록을 담은 자료를 갖고 있어야 했다.

 이번 협상 담당자가 충분한 자료와 전략 없이 협상에 임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협상 당사자에게만 전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어민과 어업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담당자, 그리고 수산업의 수혜자인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실한 데이터에 의한 졸속행정 문제는 어업협상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료축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국내 정보체계를 볼 때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국내 정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축적된 자료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어떤 정책을 세우거나 혹은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그때부터 자료수집에 들어가 데이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또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조차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축적되어 있지 않다. 필자는 10여년 전 전자산업 관련자료를 분석하면서 산업분류와 같은 자료분석 기준이 해마다 바뀌어 비교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결국 모든 기록 데이터를 재분류하여 비교가능한 자료로 새로 만드느라 고생해야 했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자료조차 제대로 축적이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한 제대로 된 분석은 기대 난망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도 데이터를 축적하는 습관이 안되어 있다. 자라면서 메모하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훈련이 안된 탓이다. 직장에서도 본인의 관련업무를 문서로 남기고 이를 제대로 인수인계하는 이가 드물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부서간 이동이 있을 경우 「인수인계서」를 작성하지만 실질적으로 업무의 내막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라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업무진행과 관련해 생긴 뒷이야기까지 기록해 인수인계한다는 일본의 회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각 개인에게 최소한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만이라도 연속적으로 메모를 남기고 보관하여 다음 사람에게 이어질 수 있는 형태의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자연히 익숙해질 것이다. 이같은 습관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의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 없이는 아마 제2, 제3의 어업협상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진호 아이네트 사장>